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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새 정강정책 무리수였나…"당 화합 저해" 내부 반발
'4선 연임 금지' 강력 비판…의원총회·전국위 의결까지 진통 예상
2020-08-13 15:55:19 2020-08-13 17:14:23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래통합당이 13일 새 정강정책을 확정하고 21대 총선 백서를 공개했다.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1호'로 명시하고,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 피선거권 연령 18세로 인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로 개정된 정강·정책은 의원총회 보고를 거쳐 다음 달 초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추인될 예정이지만,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당의 화합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는 내부 반발도 나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통합당의 정강정책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부분은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 조항이었다. 특히 중진의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4선 연임 금지는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정치개혁 과제로 제시됐지만 당의 결속과 화합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충청권의 한 4선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3선 의원들은 당을 위해 희생·봉사하고 전면에 나서서 투쟁해야 될 사람들인데 다음번에 국회의원이 안 된다고 못 박아 놓으면 얼마나 심정이 좋지 않을 것인가"라며 "당을 결속시키고 단합시키는 데 상당히 저해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 문을 연지가 3개월 밖에 안됐는데 이 문제를 꺼낸 것은 당 입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4선 연임 제한에 대한 논란을 의식해 21대 국회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해서 2022년 24대 총선부터 4선 연임 제한을 적용하는 것으로 법제화하기로 했지만 뒷말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역구 활동을 포함해 의정활동을 평가해서 다시 공천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면 배제하면 될 문제지, 그것을 당헌당규로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내부에서 4선 연임 제한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연임은 유권자 선택의 몫인데 당헌당규로서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내 재선, 3선 의원들의 경우 4선 이상의 다선 의원들에게 4선 연임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경우도 많아졌다. 새 정강정책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가 열리기만 기다리는 의원들도 있다.
 
피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인하하는 내용도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4선 의원은 "한 번에 피선거권 연령을 인하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며 "느닷없이 하는 것은 안 된다. 정략적으로 하지 말고 최대한 당내 협의를 통해서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 폐지에 대해서도 "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면 제 기능을 하도록 보완하면 되는데 그것을 폐지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진보 의제'로 여겨졌던 기본소득 내용을 정책에 담은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한국형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많은 일자리를 인공지능(AI)이 대체할 4대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내 한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당장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데 장기적으로 볼 때는 기본소득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10대 정책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당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및 차별 해소 등의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택 공급과 금융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자녀 입시비리, 공기업·공공기관 채용 비리 등을 청산하겠다고 했다. 경제민주화 구현, 저탄소 청정에너지 혁명, 복지사각지대 해소, 양성평등사회의 실질적 구현, 교육 기회의 평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정치개혁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권력형비리 공소시효 폐지,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통폐합, 방송통신위 위원 구성 개선,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대통령 임면권 폐지 및 TV 수신료 폐지 등을 정책에 반영했다.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법관 퇴직 후 일정 기간 내 정치권 진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관예우 제한, 배심재판 확대, 빅데이터 기반 미래형 사법제도 준비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동물권 보호와 학대 근절,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정책 추진 등도 새로운 정강정책에 포함된다. 김병민 특위 위원장은 "진보, 보수를 떠나 국민과 국가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서슴지 않고 정강정책에 넣고자 했다"며 "당내 추가 논의와 의결 과정에서 내용이 후퇴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은 이날 총선백서도 공개했다. 21대 총선 패배 요인으로 △대선 이후 중도층 지지 회복 부족 △막말 논란 △공천 문제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40대 이하 연령층의 외면 등을 꼽았다. 통합당은 이날부터 대국민 당명 공모를 시작했다. 이른바 '구해줘 이름' 프로젝트로, 오는 21일까지 응모를 받는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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