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지방행 논란②)"서울 표심 어쩌나" 정치셈법 분주
'10만 표심' 금융노조 집단 반발
"지방이전은 국가적 자해" 오세훈 가세
2022-04-25 06:00:00 2022-04-25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지방 이전 현안이 점차 추진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국책은행이 연대해 산은 부산 이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표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산은 부산 이전의 경우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지만, 인수위에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실제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안에는 기존 '세종'과 '새만금',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및 '제주' 태스크포스(TF)까지 설치됐지만, 산은 이전과 관련한 TF는 꾸려지지 않았다. 
 
인수위 측은 산은 지방 이전과 관련해 윤 당선인의 공약인 만큼 최대한 지킬 것이라면서도 개별 기관의 이전에 대해서는 특위 차원에서 당장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의가 동력을 잃어가는 것은 우선 금융노조 등 내부 반발이 거센 이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약 10만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다. 금융노조는 산은 뿐 아니라 수은, 기업은행, 수협중앙회 지부를 중심으로 '지방이전저지투쟁위원회'를 구성해 공동행동에 나섰다. 최근에는 시중은행까지 가세해 무리한 지방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산업은행 이전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저절로 되지 않는다"며 "국익 훼손, 금융산업 퇴보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인 서울 국제금융허브의 포기"라고 비판했다.
 
산은 역시 노사가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년여 전인 2019년에도 '산은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금융 발전에 역행하는 태도다. 옮겨봐야 소용 없고 소탐대실 할 것"이라고 일축하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산은 지방 이전과 관련해 '자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토균형발전 명분 때문에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행위는 국가적 견지에서 보면 자해적인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다"며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100% 동의하지만, 국가경쟁력을 감소시키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방선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표심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부산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수위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 대신 지방선거에서 서울 표심만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실적인 입법 문제도 있고, 금융노조가 강하게 반대하는 만큼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는 속 시원하게 답을 내놓을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방선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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