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값비싼 청구서'를 들고 돌아옵니다. 외교·안보 영역마저 거래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공짜 안보'는 없다는 겁니다. 결국 취임과 동시에 동맹국들을 겨냥한 '안보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국 정부도 예외는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나토, 방위비 5% 내라"…동맹도 예외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위비 관련 인식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의 발언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현안 관련 답변서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체계를 유지하고 있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의 상호 이익에 대한 공동의 방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략적 이익을 창출한다"면서 "동맹과 파트너들의 방위비 지출과 방위 분담금 증가가 우리들의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후 첫 타깃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 될 전망입니다. 그는 대선 기간 내내 나토를 향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압박했습니다. 최근에는 이를 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공언했습니다.
미국의 방위비 지출도 3%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나토 내에서는 적어도 현재 수준보다는 올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실제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5%대 인상 요구를 실현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폴란드는 GDP 대비 4.7%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는데, 5%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겁니다.
유럽 정상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직후 방위비 관련 비공식 회의를 열 예정입니다. 유럽연합(EU) 이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달 3일 브뤼셀 인근 리몽성에 27개 회원국 정상을 초청해 유럽 방위 관련 비공식 회의를 연다"며 "'유럽 방위의 미래에 관한 백서'를 준비 중인 집행위와 고위 대표에게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회의에는 EU 27개국 정상과 함께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참석할 예정인데요. EU 순회의장국을 맡게 된 폴란드는 EU 공동예산 중 150조원 가량을 국방 분야에 사용하자고 제안할 계획입니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GDP 대비 방위비 비율 조정에 관한 논의가 예상됩니다. 문제는 미국이 '나토 탈퇴'라는 극단적 결정을 고리로 더 큰 수준의 안보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은 머니머신"…추가 청구서 온다
한국 정부도 예외는 아닙니다. 헤그세스 지명자가 나토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한 배경에는 동북아 정세가 반영돼 있습니다. 그는 대중국 압박 방안과 관련해 "세계적인 부담 공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언급하며 "핵탄두를 운반하는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 증대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 증대되는 사이버 역량은 모두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지칭하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협정(SMA)에 있어 한 해에 100억달러(14조6400억원)는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0차 SMA가 있던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는 12억달러의 방위비 분담금 지불을 요구했다가 마지노선을 10억달러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2020년 11차 SMA 당시에는 6배 인상분을 요구하며 연간 50억달러를 요구해습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협상 교착 상태를 이어가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협상에 착수하며 통상적인 인상분을 적용했습니다.
2024년 12차 SMA는 바이든 행정부와 우리 정부가 이례적으로 조기 협상에 착수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한·미 SMA를 위해 우리 정부가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는 반면 미국은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 협정'에 해당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충분히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입니다. 12차 SMA가 반영되는 시점도 2026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SMA를 뒤집지 않는다고 해도 '추가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통일연구원의 '트럼프의 귀환과 한반도' 보고서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하의 핵과 재래식 전력의 통합 운용, 미 전략자산의 전개, 핵 기반 시나리오를 반영한 연합 훈련의 정례화 등은 동맹의 경제적 부담과 연계된 항목"이라고 짚은 바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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