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삼성생명-삼성화재 시총 역전하나
5% 등락에 순위 바뀔 수도…덩치 2배 삼성생명 굴욕
생존율 갱신·금리 하락, 생보사에 부담
2025-01-18 06:00:00 2025-01-18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삼성금융그룹의 큰 기둥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따라잡힐 처지에 놓였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크게 좁혀진 것입니다. 실적 부진과 삼성전자 약세의 영향이지만 여러 부문에서 삼성화재보다 규모가 큰 삼성생명으로선 굴욕적인 상황입니다. 보유계약에서 연금보험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 특성상 생존율이 높아질수록 보험금 지급 부담이 커져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삼성화재, 삼성생명 누르고 올라서나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시가총액 차이가 계속 줄어들어 1조원 미만으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6일 마감가 기준으로 삼성생명의 시총은 18조2600억원입니다. 이날 삼성화재는 17조528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약 7300억원 차이입니다. 
 
둘의 차액보다 시총이 적은 상장기업이 부지기수일 만큼 이는 매우 큰 금액이 분명하지만, 두 보험사 모두 시총 20위권 내의 덩치 큰 대형주이다 보니 주가가 ±5% 정도만 움직여도 언제든 시총 순위가 바뀔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삼성금융그룹의 기둥인 두 회사의 시총이 이렇게 좁혀진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6월에 이미 역전했던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6월21일 하루, 그리고 26일부터 28일 3영업일 동안 삼성화재가 삼성생명 위에 머물렀습니다. 
 
시총 순위가 잠깐 바뀐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자본금 규모가 삼성화재보다 2배 이상 큰 삼성생명으로선 자존심을 상할 만한 사건인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자본총계(지배주주)는 33조3167억원입니다. 삼성화재의 자본은 16조1688억원으로 삼성생명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보유한 종잣돈의 차이가 이렇게 큰데 3분기까지 삼성생명이 번 영업이익은 2조4480억원, 삼성화재는 2조3967억원으로 불과 500여억원 밖에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증권사들이 예상한 4분기 실적을 반영하면 연간 실적에선 이 차이가 조금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비해 덩치값을 못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는 밸류업지수 구성에서도 확인됩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우량 보험사이며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이지만, 자본에 비해 이익이 적다 보니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아도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 삼성화재가 크게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삼성화재만 밸류업지수에 포함됐고 삼성생명은 탈락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생존율 갱신, 삼성생명 비용 확대
 
결국 두 회사의 실적이 주가와 시총에 반영돼 둘의 차이가 크게 좁혀졌고 순위 역전도 가능해진 상황입니다. 올해 보험업황이 좋은 것은 아니라서 삼성화재 혼자 치고 오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삼성생명의 전망이 더 우울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금리 전망과 생존율 갱신, 삼성전자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사들은 손해보험사에 비해 연금보험 판매 및 보유계약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연금시장은 전통적으로 생보사들이 강했습니다. 손보사들이 규제 완화로 (세제비적격 비과세)연금시장에 진입하기 전인 2000년대까지는 생보사들의 텃밭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금보험은 일반 보장성보험에 비해 납입보험료 단위가 커서 보험사의 덩치를 키우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가입자가 오래 살수록 지급할 보험금이 불어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의료과학의 발전으로 생존율은 계속 상승하고 보험사도 그에 맞춰 기준을 변경하는데, 이번에 연금 생존율 기준이 2018년에서 2023년으로 갱신되면서 생존율 가정조정에 따른 손실부담계약비용이 반영돼 실적에 영향을 준 것입니다. 
 
보험기간이 장기라서 자산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도 중요한데 시장금리 하락도 삼성생명에게 부정적이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다 보니 삼성전자가 부진해도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삼성화재도 올해 업황이 순탄하진 않습니다. 자동차보험 적자가 1000억원에 육박하고, 미국 LA 산불로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손보사들에게 밑 빠진 독 같았던 실손보험을 손보게 된 것은 다행입니다. 최근 정부는 의료계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실손보험 개혁을 추진 중인데요. 최근 특위에서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오남용되는 비급여 보장항목들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정부가 관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론 1세대, 2세대 실손보험을 5세대 실손보험으로 환승 유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혁안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삼성화재 역시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배당락 차이 때문? 매수 기회로
 
둘의 처지가 조금 다르긴 해도 업황 전망이 비슷한 상황이어서 결국 시총이 역전돼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특히 둘의 차이가 좁혀진 데는 배당락의 영향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주주환원이 좋은 편이지만 배당수익률에선 삼성화재가 더 높았습니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주주환원의 큰 그림을 밝혔는데요. 그에 따라 2024년 결산배당금은 예년보다 증액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인지 연말 배당기준일을 전후해 삼성생명이 더 많이 하락했습니다. 이와 달리 삼성화재는 배당락이 없는 것처럼 조정폭이 미미했습니다. 
 
따라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구체적인 배당계획이 발표된다면 낙폭이 컸던 삼성생명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입니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에 대해 “신계약 판매 호조로 향후 실적과 자본비율의 안정적 상승이 예상되고 중장기 주주환원 목표도 50%로 제시해 주주환원도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며 “보유 중인 자기주식과 삼성전자 지분 등이 주주환원에 활용될 경우 추가적인 밸류업사이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