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잡학사전)약 안 듣는 조현병에 전기경련요법 효과적
약물단독치료보다 효과↑…부작용 하루 이내 호전
2022-09-14 06:00:00 2022-09-14 06:00:00
이중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오른쪽)와 주성우 전문의가 조현병 환자에게 전기경련요법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약물에만 의존하는 조현병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중선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주성우 전문의가 전기경련요법으로 치료받은 조현병 환자의 1년간 치료 경과를 분석한 결과 약물치료 중단횟수가 약 45% 감소했으며 입원치료횟수는 약 31%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약물로만 치료하기 어려웠던 환자에게 다양한 치료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던 조현병은 사고, 감정, 감각, 행동 등 인격 전반에 걸쳐 변화가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조현병이란 용어는 지난 2011년 처음 사용됐다. 정신분열증이나 정신분열병이란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편견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조현이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명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현병은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생물학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단, 단일 원인으로 조현병이 발생한다기보다 생물학적, 유전적 원인에 스트레스 등 심리학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조현병 증상은 망상이나 환청, 와해된 언어 또는 행동, 정서적 둔마 등이 대표적이다. 조현병은 사회적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질환으로 일부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지만 최근 약물요법을 비롯한 치료법 발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조현병 치료법은 약물이다. 대표적인 치료수단은 1950년대 개발된 항정신성 약물이다. 처음 개발된 1세대 항정신병 약물들은 부작용이 심하고 음성증상에 효과가 크지 않았으나, 최근 효과와 부작용이 개선된 2세대 항정신병 약물,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1개월 이상 약물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제형 등 새로운 약물들이 임상 현장에 사용돼 치료 성과를 높이고 있다.
 
조현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는 환자 특성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환자에 따라 다양한 임상 양상과 치료 반응, 병의 경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약물치료도 증상을 상당 부분 호전시키지만 환자의 30~50%는 약물치료만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전기경련요법을 시행할 수 있는데 전기 자극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전기경련요법은 환자의 머리에 전극을 부착해 전기를 흘려 20초 이상 인위적인 경련을 유발하는 치료법이다. 의료진은 일주일에 2~3회 간격으로 환자의 진단 및 치료 경과를 고려해 총 치료 횟수를 결정한다. 마취 상태에서 전기자극을 주기 때문에 통증은 없으며, 시술 후 근육통, 두통, 기억상실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마다 최적화된 전기 자극 용량과 방법을 적용한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최소 6회 이상 전기경련요법 치료를 받은 조현병 환자 380명의 약물치료 중단횟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치료횟수 등 1년간의 치료 경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기경련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군에서 약물치료 중단횟수가 약 45% 감소했으며 입원치료횟수도 약 31% 줄었다. 조현병의 경우 환자가 임의로 약물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 약물치료 중단횟수 감소는 증세 호전을 의미하는 지표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또 전기경련요법과 약물단독요법의 치료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전기경련요법 환자군과 나이, 성별, 중증도 등을 유사하게 설정한 약물단독요법으로 치료받은 환자 1140명의 치료 경과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약물단독요법으로 치료한 그룹의 약물치료 중단횟수는 약 13% 감소해 전기경련요법 그룹에 비해 감소 효과가 비교적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성우 전문의는 "전기경련요법은 이름 자체에서의 부정적 인식과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꺼리는 경향이 많지만 대부분의 부작용은 하루 이내 호전을 보인다"며 "1차적인 약물치료로 효과가 적을 경우 증상 호전을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정신과 분야 국제학술지 '신경정신질환과 치료(Neuropsychiatric Disease and Treatment)' 에 최근 게재됐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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