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윤석열정부의 지난 2년은 세월호 참사 이후 생명과 안전을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던 사회적 합의를 거스른 시간이었다. 국민 안전과 생명은 뒷전이었고 참사 대비와 대응, 수습 전 과정에서 실패한 탓에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연달아 일어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총선이 끝난 11일 이같은 성명을 내고 현 정부가 생명안전을 최우선 하는 국정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호소했습니다.
10년째 참사 진상규명 요원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유가족들은 참사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이행 등 어느 하나 해결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김종기 세월호참사10주기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부터 여러 차례 진상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었다”며 “모든 자료를 성역없이 조사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을 갖고 제대로 조사한다면 이후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 박민 사장·제작1본부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월호 참사 직후 검찰과 경찰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와 유가족 불법사찰 의혹, 침몰 원인을 둘러싼 음모론 등이 제기되면서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습니다. 이후 세 차례 특별의원회가 꾸려져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논란만 불거졌습니다.
책임자 처벌도 이준석 세월호 선장과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등 민간에 집중됐습니다.
2014년 수사를 맡은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참사 책임을 물어 38명을 기소했지만, 해양경찰청 지휘부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의 재수사 끝에 2020년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11명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해 11월 무죄가 최종 확정됐습니다.
“해경 등 지휘부 처벌 안돼”
대법원은 해경이 보호조치에 미흡했던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김 전 청장 등에게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현재까지 해경 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건 구조현장에 도착했던 김경일 전 123정장이 유일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실무진은 유죄를 받았지만, 이를 지휘한 윗선은 무죄 판결을 받은 겁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법원에서 지휘부가 현장의 급박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고 체계가 정비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지휘부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라며 “이렇게 고위공직자들이 참사에 책임지지 않는 문제는 이태원 참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형법이 직접 과실에만 책임을 물어온 탓에 예방시스템 미비와 불완전한 작동에 책임져야 할 최고책임자들이 법적 처벌을 피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지휘·감독 책임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졌는데, 시행 2년이 지나도록 시민재해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그동안에 이태원에서, 오송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는 대형참사가 계속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설날인 지난 2월10일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0주기’ 가족, 시민 설 명절 합동차례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설 조사기구·재난안전기본법 필요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들에 대해 이를 조사할 독립적인 상설 재난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국가의 책임이 있는 사회적 참사의 경우, 국가가 책임을 숨기고 진상규명을 어렵게 할 수 있어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또 국회에 4년째 계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 역시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앞서 현재의 재난안전기본법은 안전과 생명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의무를 제대로 명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을 통해 안전사고의 피해자 권리를 규정하고 국민의 안전권을 위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의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는 “재난안전기본법은 재난 참사가 발생하면 정부의 대책본부가 어떻게 재난에 대응할지 그 절차를 명시한 집행법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권리를 명시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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