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서울시의회 앞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의 존치 여부가 또다시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29일 “세월호 기억 공간을 들어내는 게 쟁점이다. 줄만큼 줬다”며 “분명한 것은 지금 불법이다. 제가 의장이 됐을 때 민주당 측에서 와서 ‘세월호 10년까지만 좀 기다려 달라’라고 제가 오케이했다. 4월16일 그때까지는 참아주고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초 광화문광장에 있던 세월호 기억공간은 2021년 9월 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시작되면서 시의회와 유가족 협의 끝에 시의회 앞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2022년 국민의힘이 다수인 11대 시의회가 들어섰고, 시의회는 연장 허가를 받지 않은 기억공간을 불법 시설물로 규정했습니다.
시의회는 유가족 측에 무단 점거에 따른 계고장과 변상금을 부과했고, 이는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5680만원에 달합니다.
서울시의회 앞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사진=박용준 기자)
시의회 사무처, 이전 요구 안 받아들여지면 집행 불가피
특히, 시의회 사무처는 민주당과 유가족 측에서 존치 시점을 10주기까지로 못 박은 만큼 이후엔 이전 및 철거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시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하고 세월호 관련된 분들이 10주기까지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의장도 여러 가지 사회적인 여건도 감안하고 또 10주기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그때까지는 대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의회 사무처는 당장 대집행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시점을 못박진 않았습니다. 다만, 우선 자발적인 이전을 먼저 요구한 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엔 추가적인 행동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시의회 앞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사진=박용준 기자)
4·16연대 "기억공간 유지 입장 변함없어"
또다시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놓인 유가족 측은 이전 및 철거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기억공간이 이전하더라도 광화문광장이나 아직 착공도 못한 안산 생명안전공원을 고려할 수 있는데 양 쪽 모두 아무런 진행상황이 없습니다.
4·16연대 관계자는 “광화문이나 안산으로 가지않는 한 이 공간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유가족들과 전혀 협의가 된 부분이 없는 시의회의 일방적인 입장으로 저희는 지금도 기억공간에서 철거 반대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의회 민주당도 기억공간 철거방침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송재혁 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은 “저희와 합의되지 않은 내용으로 아무 대안도 없이 그냥 철거를 한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유족들과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철거를 하는 게 맞고, 단순히 10년이 지났다는 것만으로 철거를 해야 되는 대상이 된다는 것에는 동의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의회 앞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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