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책금융연구소가 중소기업은행에 묻습니다
2024-07-19 06:00:00 2024-07-24 16:52:04
K-정책금융연구소는 지난 2월 '1사 1법'으로 되어있는 정책금융 공공기관의 존재 근거법을 개정함으로써 글로벌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이끌고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잠재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정책금융 생태계 혁신을 위해 출범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방형 통상국가인 대한민국이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경제 질서의 신(新)블럭화 국면에서 선진국으로 안착할 수 있는 기회와 원동력을 확보하고 시현하는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이같은 연구의 일환으로 K-정책금융연구소는 11개 주요 정책금융기관이 법상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점적(생태계 평가 A항목)으로 공개 질의합니다. 해당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각과 형식의 질문에 난감해할 수도 있겠으나 공공기관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국민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1. 정책금융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특정 부문의 육성 및 지원을 위해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우대금융을 말하며, 주요 기능은 시장 실패 보완, 시장 안전판 역할, 시장 선도 및 육성 지원이 있습니다. 운용방식으로는 정부가 이자의 일부를 보전해 주거나, 한국은행이 대출자금의 일부를 저리로 재할인이 하는 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금융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이 맞습니까?
 
시중은행과 차별점 의문 
 
2. 헌법 제123조 3항 ‘국가는 중소기업을 육성, 지원하여야 한다’를 모태로 해 특별법인 ‘기업은행법’에 근간을 둔 특수은행입니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은 별다른 차이가 없고 심지어 민영화된 것으로 알고 있는 시민도 많습니다.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얼마나 차별성이 있습니까?
 
중소기업은행 전경. (사진=중소기업은행)
 
3. 350여 개 공공기관 중 상장사는 한국전력 등 7곳이 있습니다. 금융기관으론 기업은행이 유일합니다. 성장을 저해하는 법을 없애 주식 밸류업(주식 가치 상승)을 하자는 주주행동주의도 곧 나타날 것 같습니다. 기업은행의 미래를 위해 늦었지만 하루 빨리 금융지주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기업은행법 개정 발의를 위해 전면에 나서서 활동할 의향은 있습니까?
 
4. “기업은행은 정부예산은 한 푼도 쓰지 않고도 이익을 많이 내서 정부에 기여하는 배당금도 (공공기관 중) 매년 1, 2위를 하고 있다.” 이 말의 사실관계는 전부 맞지만, 기업은행 임무에는 적격한 말입니까? 정부예산을 지원받아서 여신금리를 우대해 주는 것이 원래 중소기업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목적입니다. 그래서 기업은행법 제1조 목적에 ‘효율적 신용제도 확립을 통하여’라는 선언적 문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보증과 보험 제도까지 도입 운영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여신금리는 높습니다. 더구나 요즘 같은 고금리 시기에 ‘죽을 지경’이라는 말이 딱 맞는 형국입니다. 이럴 때는 정부예산을 받아와서 여신금리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0배 정도 레버리지 효과도 보장된 자금이니까 비교 견적을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구장창 계속 만기 연장만 해준다고 답이 있습니까? 일설에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정부자금을 들여오면 자본이 희석돼 개인과 외국기관 주주가 반발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기에 1조원 이상 정부자금이 들어온 것은 외국인 주주에게 어떻게 양해됐는지요? 기업은행법 제42조 2에는 정부 외의 주주에게 우선 배당 즉 차등배당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결국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 사안이고 충분히 대안도 마련돼 있는데 유리한대로 답변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5. 정책금융을 하는 기업은행은 정부 재정예산은 한 푼도 쓰지 않으면서 매년 4500억원 이상을 대주주인 정부에 배당금으로 벌어다 주는 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그간 납입자본금의 몇십 배를 배당금으로 정부에 이미 갖다 줬는데 요즘 같은 고금리 시기에서는 정부 배당을 줄여 청년 스타트업을 위한 특례 투자금융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마땅하고 올바른 일 처리가 아니겠습니까? 발상의 대전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업은행법 등 개정해 여신금리 낮출 방안 도모해야
 
6. 더더욱 중요한 이슈는 예금 유치가 저조해서 여신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 현상을 타개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방법은 있습니까? 기업은행은 거래 기업들이 시중은행의 거래 기업들보다 신용등급이 낮아서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둘러댑니다. 국정감사 때 단골 메뉴이기도 하고, 국회의원들도 질의는 해놓고 머쓱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이 그런 지는 따져볼 문제입니다. 그래서 국가신용등급으로 여신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신용보증제도도 있고 온렌딩 등의 방법으로 금리를 보전하는 여신도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해야 할 일, 즉 재정자금을 끌어와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자금은 기피하고 영업자금을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에 의존하다 보니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업 재원 조달에 있어 중금채 외에 소위 핵심예금 즉 예치금리가 아주 낮은 요구불예금을 많이 유치하면 그나마 예대금리 차이가 커서 여신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자금 유치나 시도금고 유치 등 핵심예금 유치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비이자수익 증대라며 멀쩡한 가랑이 찢는 일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임원들이 구조적으로 할 일은 못하거나 안하면서 직원들의 열정에 기반한 전근대적 영업에 의존한다고 평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기업은행법 제34조 재정자금의 차입 독점권이나 제50조 공과금 면제 등을 활성화해서 새롭고 구조적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핵심예금 증대, 조세 및 부과금 면제, 배당금의 영업자금 전환 등을 진행시켜 중소벤처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한 투융자 자금으로 돌리면 중금채 발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궁극적으로 저리 자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법 개정이 필요하면 중소기업인 의지를 모아 마땅히 해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몰라서 못하고, 금융위원회는 평지풍파를 일으키기 싫어 못하고, 기업은행은 모르기도 하고 꿈벅꿈벅 금융위 눈치만 살피는 형세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 같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은 있습니까? 
 
 
7.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G(지배구조)와 관련해, 법 25조 2. 4항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이 된다’는 것은 선수와 감독을 병행하겠다는 케케묵은 법입니다. 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기업은행법 개정안 발의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더불어 경영위원회라는 이사회에 버금가는 조직이 있는데, 경영위원회에서 의결하는 안건과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안건의 기준은 어떻게 다릅니까? 그런 조직의 법적 근거는 무엇입니까?
 
8. 기업은행은 전 세계 정책금융 은행들 중 자산 규모에서 단연 1위입니다. 국내에서 한국 국적의 기업들만 상대할 것이 아니라 외국 국적의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도 왕성한 투융자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진정한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은행의 글로벌 비전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으며 실행은 어떻게, 얼마나 하고 있습니까?
 
9. 기업은행 뉴욕지점의 이란 원유대금 송금으로 빚어진 제재, 사모펀드 디스커버리펀드 관련 손실 등과 같은 좋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재발방지책은 있습니까?
 
금융위보다 중기부 이관 바람직
 
10. 기업은행법 제1조에 나오는 중소기업자는 존재 형태상 기업과 소상공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실 220만 명에 달하는 고객 중 70% 이상이 소상공인이고, 소상공인 금융은 정책금융 범주로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은행이 기업은행입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상공인에게 딱맞는 디지털뱅킹을 하는 것이 기업은행의 존재 이유입니다. 제4인터넷뱅크를 유치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11. 이름이 ‘은행’으로 붙였기 때문에 관리감독부처는 금융위원회이지만, 사실상의 미션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가깝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중기부가 청에서 부처로 승격됐을 때 금융위 산하에 있던 기술보증기금이 적을 옮겼듯 기업은행도 그러는 것이 옳다는 논리를 펴면서 법안까지 발의한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행법에도 중소벤처부 장관 권한이 명시돼 있고 중기중앙회에서 관장하는 노란우산공제회의 주요 운영위원으로 등재돼 있는 등 중소기업과 관련한 각종 정부부처 위원회에는 금융위와는 상관없는 조직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 중기중앙회와 기업은행이 짝이 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습니다. 국회 상임위도 중소벤처위에 편재되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은 농협은행이든 수협은행이든 금융감독원이 하고 있고 기업은행도 지금처럼 하면 됩니다. 엇박자가 난 직제를 바로잡을 때 중소기업을 위한 진정한 은행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중은행을 닮고 싶은데 바람대로 되지 않고, 지켜야 할 업무영역은 시중은행에 뺏기거나 관심 밖 사안이 되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입니다. 어정쩡한 존재로 있기보다 자기 족보를 찾아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더 낫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이렇게 국회와 부처의 관할 직제를 재편성하는 것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12. 21대 국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대구, 대전으로 이전하는 기업은행법 개정안이 6개나 발의되었습니다. 기업은행도 산업은행처럼 지방 이전 이슈가 늘 뒤따릅니다. 효과는 별로 없어 보이고, 오히려 글로벌 디지털 시대로 신속히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논의의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요?
 
자회사 통제, 금융지주사 전환으로 해결
 
김성태 중소기업은행장이 지난해 4월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주요 현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캐피탈사, 증권사, 저축은행 등의 부실위험이 확대된 상태인데 특별한 대책은 있습니까? 국책은행 자회사들이 (영구)임대아파트 PF는 단 한 건도 없고 전부 분양아파트 PF에만 참여한 것은 방향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입니다. 또한 모은행이 자회사 통제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지주사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입니까?
 
14. 오래전부터 투자금융에 있어 임직원들의 자의성이 너무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항간의 설이 계속 있었습니다. 간접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선발 기준은 무엇이며, 직접투자를 할 때 대상기업 선정에서부터 투자까지 일련의 과정이 어떻게 규정화돼 있는지요?
 
15. 임금피크제 인력이 전체 직원의 1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청년 채용을 위해 보상금을 더 높여서라도 명예퇴직을 활성화하는 데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명예퇴직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 은행 고급 인력을 초중고 학생 및 고령자 금융교육 분야에 본인 동의 후 파견 형태로 근무하게 하는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16. 현행 공공기관운영법(공운법)은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경직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큰 이익을 내고 정부에 많은 배당을 해 재정기여도가 큰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과감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혁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혁신방안의 하나로 공운법 적용 대상 여부를 성과 인센티브제와 연동하는 것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17. 업무 능률과 정확성을 위해 모든 심사업무를 신속히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것이 맞겠지만, 인력의 재배치나 일자리 창출 문제와 부딪힌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AI 정책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18. 17대 ~ 21대 국회 정무위에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이 29건이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본점 이전 도시를 변경하는 법안 등 정쟁의 매개체 노릇을 한다거나 낡은 법 조항을 삭제하거나 20대 국회 때 폐기된 안을 변경해 다시 발의하는 등 무의미한 법안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본회의를 통과된 것은 거의 없으며 대다수는 폐기됐습니다. 정작 신속하게 필요한 금융지주회사로의 진화 법안, 투융자 재원을 낮은 금리로 조달해 중소기업을 지원 육성하는 법안 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업은행이 국회의원들이나 금융위원회를 설득해 입법안을 내거나 그게 아니면 당사자인 기업은행이 국민동의 청원입법을 발의하고 본회의 통과 시까지 국민과 함께 행동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기업은행 역사에 길이 남을 법안 발의를 해볼 의향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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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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