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직거래'…윤석열 '패싱'
로이터, 복수 소식통 인용 보도…북·미 회담 조기 추진 가능성
2024-11-27 17:11:39 2024-11-27 18:46:32
지난 2019년 6월30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한국을 패싱한 채 두 사람의 '직거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데요. 실행에 옮겨질 경우, 북한과의 대화를 단절한 윤석열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고립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간)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 간의 직접 대화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속내는 '반중 정서' 확대…북·미 대화 시 북·중·러 '균열'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북한과의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관리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두 사람의 회담 추진 방안 논의는 유동적이고,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김 위원장과 3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많은 친서를 교환했습니다. 다만 그동안 뚜렷한 성과 없이 회담이 결렬됐다는 점에서 다시 회담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대화에 나설지도 미지수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인 지난 21일 "미국과의 협상은 갈 데까지 가봤다"며 미국과의 관계 복원이나 대미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전쟁 위기 해소를 촉진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이 공언한 대로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결지어 미·러 관계를 개선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정권 인수 단계에서부터 김 위원장과의 관계 개선 검토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식 '정상 간 톱다운' 방식으로 내년 1월 취임 후 이른 시일 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나서려는 이유는 결국 반중 정서를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때 중국산 주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당시 그는 미국 기업의 중국 내 투자를 제한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의존'을 끝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김 위원장과의 협상까지 잘 마무리하면 현재 북·중·러 3국의 밀착에 균열을 낼 가능성도 있는데요.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공언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될 경우, 북·러 양국의 밀착도 이전보다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북·러 협력의 강도가 약해지는 사이에 북·미, 미·러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삼정검 수치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북·러 밀착 시 반작용 우려…한반도 문제서 '한국 패싱'
 
이러한 외교적 흐름이 확대된다면 이른바 미·북·러 3국이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진전될 수 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핵 동결과 제재 해제 등을 맞바꾸는 협상을 추진하고, 거기에 러시아가 가세해 이를 용인한다면 한국으로선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셈입니다. 미·북·러 3국의 협력이 강화될 땐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대로 반중 정서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미·북·러 밀착에 따른 반작용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고립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그동안 한·미·일 3국의 협력에 의존해 온 윤석열정부가 협상 국면 때마다 '패싱'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에 맞춘 외교 전략으로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는 스스로 외교의 폭을 좁혀놨기 때문에 현재로선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정책을 상당 부분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김 소장은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려고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우리가 유연한 외교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외교적으로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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