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때리더니 '유감'…일본 정부, 도 넘은 '안하무인'
윤석열정부 '한·일 회담'만 14차례에도 예고된 '외교 참사'
2024-11-25 16:07:32 2024-11-25 16:07:32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한·일 양국 간 합의를 뒤집은 채 강제노역 문구가 실종된 전시관을 설치하고 추도식에 야스쿠니 참배 인사를 파견하는 등 연달아 '뒤통수'를 치더니 되레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인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와 총 14번의 한·일 정상회담을 열며 관계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였음에도 '외교 참사'가 발생한 건데요. 윤석열정부가 임기 내내 일본의 선의에만 기대면서 발생한 '예고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일, 합의 깨놓고 '한국 탓'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사도광산 추도식에 한국이 불참한 것을 놓고 "한국 측이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 측이 참가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우리 정부의 불참 배경이 된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차관급)의 파견에 대해서도 "정부로서 종합적인 판단"이라고만 했습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지난 2022년 8월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인데요. 강제동원 피해 유족까지 참석하기로 한 행사에 야스쿠니 참배 이력이 있는 인사가 참석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우리 정부는 추도식 불참을 발표했습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반쪽'으로 진행된 이번 추도식에서 "광산 노동자들 중에는 1940년대에 우리나라의 전시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서 오신 많은 분들도 포함됐다"고 밝혔는데, 강제노동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식민지 자국민에 대한 동원령이라는 일본 측 논리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의 '안하무인' 식의 태도는 이뿐만 아닙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약속한 사안입니다. 
 
윤석열정부가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묵인한 건 일본이 매년 7~8월 사도섬에서 중앙정부 인사가 참석해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도광산 전시물에는 '강제'라는 표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고, 추도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인 유족의 방문 비용을 우리 외교부가 전부 부담했습니다. 
 
특히 행사 주최도 일본 정부가 아닌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주관했습니다. 그만큼 추도식의 '급'이 떨어진 겁니다.
 
또 추도식이라는 명칭의 행사와 달리 '추도사'라는 식순 자체도 생략했는데요. 일본 정부는 행사 파행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페루 리마 한 호텔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의조차 없는 윤석열정부…'굴욕 외교' 반복
 
우리 정부는 이날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 터에서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을 별도로 열었습니다. 추도식에는 한국 유족 9명과 박철희 주일한국대사가 참석했습니다.
 
반쪽 행사의 책임은 기존 합의를 지키지 않은 일본 측에 있지만,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사태를 겪고도 안일한 대응에 나선 우리 정부의 '무능'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7월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전 우리 정부는 '등재 전 전시실 설치'와 '등재 후 추도식 개최'라는 일본의 후속조치 이행 약속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어디에도 '강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3월 우리 정부가 한·일 과거사 해법으로 내놓은 '강제동원 배상 제3자 변제안'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제3자 변제안을 발표하면서 "물컵에 비유하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생각한다"며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남은 물컵이 더 채워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일본은 아직까지 어떠한 호응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시다 전 총리와는 총 12번, 이시바 총리와는 2번의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일 관계 개선에 치중해 왔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50분간 회담했는데요. 이때 양국은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한·일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며 '셔틀 외교'도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약 일주일 만에 일본 정부는 양국 합의를 뒤집었고, 오히려 한국의 '과잉 대응'으로 몰고 있습니다. 총 14번의 회담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에 있어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2기를 앞두고 '과거사 문제'가 재등장하면서 한·일 관계에도 분열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이 같은 상황에도 윤석열정부는 여전히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자체 추도 행사는 과거사에 대해 일본 쪽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한·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방적으로 일본에 선제적으로 내주기만 하며, 항의조차 못 하는 '굴욕 외교'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집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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