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내 코인 거래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 졸속 상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밈 코인은 보통 뚜렷한 가치나 목적 없이 재미로 만든 가상자산을 가리키는데요. 거래소들은 절차대로 상장했다는 입장이지만, 학계에선 그만큼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23일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17일 발행된 오피셜 트럼프는 이날 시가 총액 10조6750여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이름을 딴 멜라니아 밈의 시가 총액은 6680여억원입니다.
오피셜 트럼프 포스터. (이미지=겟 트럼프 밈 웹사이트)
이를 두고 미국 대통령 부부가 밈 코인으로 투기를 부추기고 사익도 추구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코인원과 빗썸이 오피셜 트럼프를 각각 20일과 21일 원화 마켓에 상장해 뭇매를 맞았습니다. 가치 등락이 심한 밈 코인을 쉽게 상장한 것 아니냐는 겁니다.
오피셜 트럼프는 22일 오전 6시57분 7만1500원에 거래됐다가, 23일 오후 5시 5만500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코인원과 빗썸은 각각 다섯 단계에 걸쳐 코인 거래 지원을 한다고 안내합니다. 코인원은 거래지원 심사 대상 탐색부터 선정, 심사와 의결, 거래 지원 등 다섯 단계를 밟는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빗썸도 신청 서류 접수와 지원서 검토 등 다섯 단계를 밟습니다.
거래소들은 자율 규제와 기존 절차에 따라 오피셜 트럼프를 상장했다는 입장입니다. 코인원 관계자는 "닥사의 가상자산 모범사례와 자체 거래 지원 룰을 지켰고, 트렌드에 따라 속도감 있게 거래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심사 프로세스를 지키고 있고, 이 건과 관련해 특혜를 주지도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빗썸 관계자도 "가상자산의 거래지원과 관련해 심사 기준과 절차를 준수해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당초 금융감독원이 오피셜 트럼프 졸속 상장과 관련해 거래소를 조사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율 규제 내용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투자자의 관심이 많고 밈 코인 변동성이 크다 보니 코인원 측으로부터 상장 배경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빗썸의 상장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부분이라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계에선 오피셜 트럼프 상장의 윤리적인 면이 아닌, 이런 밈 코인을 쉽게 상장하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거래소가 프로토콜을 잘 지켜 이틀만에 코인을 상장했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라며 "이틀만에 끝나는 프로토콜이라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건 과정의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바이낸스가 먼저 상장했으니 문제가 없다면 자체 기준 없이 바이낸스를 따라하거나 회사를 바이낸스에 팔면 된다"며 "뉴욕 거래소에서 상장됐다고 한국 거래소에서 올리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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