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일본에서 지난달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사람이 올 한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CNN방송은 29일(현지시간) 일본 경찰청 집계결과 지난달 일본 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2153명으로 일본 보건부가 집계한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2087명(27일 기준)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최근 10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일본의 자살률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대량실업, 사회적 고립이 현실화 하면서 ‘코로나 블루’가 일본 국민을 덮쳤다는 평가다. 특히 우울감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치부하는 문화적 배경도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성별로 보면 여성 자살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83% 가까이 급증해 같은 기간 남성 자살 건수의 증가율(22%)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숙박·음식업, 소매업 등 서비스업의 경우 여성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밖에 놓인 취약 계층들의 극단적 선택이 일본의 높은 자살률을 견인한 셈이다.
우에다 미치코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은 봉쇄령도 없었고 코로나19 여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미미하지만 자살자 수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자살자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심리 방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외환위기(IMF)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이듬해 자살률 증가폭은 각각 20%, 40%대를 기록했다. 대량해고, 실업에 따라 생계를 비관하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현재 코로나 블루 현상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관계부처와 함께 심리상담 및 휴식·치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불안 장애 상담 건수는 상반기(1~6월)에만 1만8931건으로 지난해 전체(1만3067건)보다 44.8% 높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3도를 보이며 추위가 찾아온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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