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치료도 잘 되기 때문에
'착한 암'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려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발전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갑상선은 목 중앙에 위치하는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대사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 및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암은 크게 분화 갑상선암, 갑상선 수질암,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분류되며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분화갑상선암인 갑상선 유두암이다. 국내 갑상선암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주로 20~50대 여성에서 발생한다. 보통 여성이 남성에 비해 호르몬 변화가 크고 자가면역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에 갑상선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 환자의 5년(2013~2017년) 상대생존율은 100.1%로 나타났다. 갑상선암 환자의 기대 수명은 전체 인구의 기대수명과 비슷할 정도로 매우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갑상선암이 예후가 좋은 것은 아니다. 분화갑상선암(유두암, 여포암)이 치료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될 경우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 미분화암은 성장속도가 빨라 진단과 동시에 4기로 분류되고 치료도 어려워 생존율이 희박하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갑상선은 갑상선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지 않도록 세포의 생성과 사멸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외부 자극이나 신호에 의해 세포의 성장 조절에 균형이 깨지면 종양이 형성될 수 있는데, 이러한 균형을 깨는 대표적인 원인이 방사선 노출이다. 어린 나이에 일찍부터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갑상선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 외에 갑상선 수질암의 경우에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이 생기면 목에 결절(혹)이 만져지는데 △결절이 딱딱하게 만져질 경우 △결절이 크거나 갑자기 커진 경우 △목소리에 변화가 있을 경우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갑상선암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결절이 만져진다면 초음파 검사를 통해 결절의 모양과 위치, 크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갑상선 결절은 양성이지만 10~15% 정도는 악성 결절로 진단 받는다. 양성 결절은 자라는 속도가 느리며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기 때문에 제거할 필요는 없지만 결절이 계속 자라거나 이미 커진 상태라면 갑상선 주변의 식도와 기도를 압박할 수 있어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만약 결절이 악성, 즉 암으로 의심되는 경우 최선의 치료법은 수술이다. 암의 크기, 전이 여부 등의 검사를 통해 재발 확률이 높거나 추가적인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는 갑상선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만약 암이 한쪽에 국한되거나 전이되지 않는 등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엽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내시경 수술과 로봇을 이용한 내시경 갑상선 절제술이 증가하고 있다. 이 수술법은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구강이나 겨드랑이로 삽입해 수술하기 때문에 목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암의 크기가 작고 주변 조직으로의 침범이 없는 경우에 용이하게 시행할 수 있다.
갑상선의 일부를 제거한 경우에는 70% 이상에서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부를 제거하면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의 보충과 암의 재발 방지를 위해 갑상선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간혹 갑상선호르몬의 투여량이 과다 혹은 부족한 경우에는 갑상선중독증 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호르몬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우영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평소 목 부분에 혹이 느껴진다거나 특정 원인 없이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즉시 내원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라며 "치료 이후 갑상선자극호르몬을 적절하게 억제하지 않으면, 암 재발률이 30% 정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알맞은 용량으로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고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량을 조절한다면, 암의 재발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진행이 느리고 치료도 잘 되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려운 '미분화 갑상선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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