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핵심 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상급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의 막무가내식 업무 지시로 파업에 들어갈 조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소진공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소상공인 대출 지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업계 긴장감은 높아진다.
소진공 노조, 파업 의견 수렴 돌입
17일 소진공에 따르면 이 기관 노조는 현재 기관 내 게시판을 통해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 의사를 수렴 중이다. 소진공 직원들은 그동안 중기부의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한 과도한 업무 지시로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까지 늘어나면서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소진공 직원 A씨는 “공단 내에서 파업이나 태업을 하자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이 고통 받는 상황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도하게 늘어난 업무량에 합당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2주 안에 3000억원 소진해라”
소진공 직원들의 중기부에 대한 불만은 지난 9일 극에 달했다. 이날 중기부는 총 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상 긴급 대출 지원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발표에 소상공인 신청이 몰리며 창구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소진공 내부적으로는 예견된 결과란 반응이다. A씨는 “2주 안에 3000억원의 예산을 소진하란 지시가 지역 센터엔 8일에 전달됐다”면서 “대출 업무는 지침을 꼼꼼히 확인하고 임해야 하는데 퇴근 후에 지침을 보내고 당장 다음 날부터 대출을 하라고 하니 황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특히 총 600여명의 소진공 직원들이 총 1만5000건의 대출을 집행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야근과 주말 출근이 암암리에 강요되고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소상공인을 현장에서 직접 상대해야 하는 소상공인지원센터 직원들의 경우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다. 소상공인들에게 욕설을 듣는 건 일상이고 멱살을 잡히거나 과로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진공 직원 B씨는 “현장 지원차 나왔던 중기부 직원이 현장 분위기를 보고 한 시간도 안 돼 도망 간 얘기는 이미 공단 내에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지원 근무했지만 수당은 ‘0원’
이처럼 소진공 직원들은 올초부터 소상공인 긴급 대출 지원이 늘어나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에 따른 수당 지급은 지지부진하다. 실제로 소상공인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던 지난 상반기엔 공단 본부 직원들이 지역 센터로 파견돼 한 달 가량 근무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수당 지급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소진공 직원 C씨는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사명감에 일하는 것도 지쳤다. 적절한 보상과 환경이 주어졌을 때 그만큼의 업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12월8일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긴급 대출을 진행하게 됐다”면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은 아니고 이전부터 소진공 본부에서 남은 예산 사용과 관련한 협의를 제안해와 논의를 해왔었고, 이 부분이 지역 센터로 전달이 늦어진거 같다”고 해명했다.
수당 미지급과 관련해서는 “기금 운용 계획 변경을 끝냈고 다음주부터 출장비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를 방문한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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