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성폭행 전직 서울시 직원 법정구속
재판부 "죄질 좋지 않다" 징역 3년6월 선고…"PTSD 원인, 박 시장 아니다"
2021-01-14 12:33:42 2021-01-14 12:33:4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 직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14일 준강간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자를 간음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 B씨 신체를 만졌을 뿐, 성폭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객관적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지만, 본인이 녹음하지 않는 이상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점,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고려했다. 
 
B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힌 사람이 A씨가 아닌 박원순 전 시장이라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근본적 원인으로 A씨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병원이 제출한 심리평가 보고서에는 B씨가 박 전 시장 성추행을 진술하기 시작한 5월 15일 이전부터 A씨에 대한 배신감과 수치심, 억울함 등 심한 PTSD를 엮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재판부는 A씨 자녀 생일 선물을 챙겨줄 정도로 친하게 지낸 B씨가 입은 정신적 충격이 커, PTSD의 직접적인 원인은 박 전 시장이 아닌 A씨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2차 피해 원인이 언론 탓이라는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B씨가 범행에 대한 직장의 처리방식과 허위소문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2차 피해의 주된 원인 역시 A씨라는 지적이다.
 
선고 직후 B씨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재판부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성찰적 시각을 보여줬다"며 "박원순 사건을 고소했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호소할 기회를 잃었는데, 재판부가 일정부분 판단해 줘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 변호사가 공개한 B씨 어머니 탄원서에는 "우리 딸이 나쁜 마음을 먹을까 봐 집을 버리고 딸과 함께 살고 있다"며 "잠이 든 딸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나는 우리 딸이 정말 숨을 안 쉬는지 확인하느라 잠을 잘 수 없다"고 적혀있다.
 
B씨는 피해자 진술서에서 "저는 모든 것을 잃었다"며 "과거에 성실하게 쌓아왔던 노력의 산물들을 잃었고 현재 누릴 수 있는 행복들을 잃었으며, 미래를 꿈꾸는 소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범하게 출근해서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고, 동료들과 점심 먹고, 산책하고 퇴근해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족과 웃으며 휴식을 취하는 보통의 삶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총선 전날인 지난해 4월 14일 만취한 B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해 PTSD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그는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 의전을 담당했지만 해당 사건으로 직위해제됐다.
 
서울시 전 비서실 직원 A 씨가 지난해 10월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서울시장 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1차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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