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가 남북이 비무장지대(DMZ)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등 지방정부의 평화활동을 보장토록 하는 제도개선을 중앙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한국에 주둔하는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가 명확한 법적 권한 없이 DMZ를 관할하면서 지방정부의 남북 교류협력 노력을 방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서다.
경기도가 15일 성남시 글로벌 R&D센터에서 연 'DMZ의 평화적 활용과 유엔사 관할권 문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유엔사 지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평화적 DMZ 이용을 위해 지방정부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지난해 11월 경기도가 평화부지사 집무실을 파주시 도라산 전망대에 마련하려던 시도를 유엔사가 불허하면서 비롯됐다. 집무실 설치는 행정적 사무로 군사분계선에 긴장을 유발할 의도가 없고, 도라산을 담당하는 국군 1사단도 승인한 일인데도 유엔사가 불허한 건 내정간섭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경기도 주장이다.
사진을 찍으며 평화운동을 하는 이시우 작가는 유엔사가 유엔의 정식 기구가 아니고 미국의 한 군사령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 맺은 정전협정엔 유엔사의 법적 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유엔사는 유엔의 정식 조직이 아니면서 유엔의 이름과 깃발을 도용했다"고 했다. 이어 "유엔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이유로 지금껏 한국에서 과도한 법적 지위를 누린다"면서 "우리 집에 도둑이 들어서 옆집에서 도와줬는데, 도와준 건 고마운 일이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집에 와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꼴"이라고 했다.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글로벌 R&D센터에서 열린 'DMZ의 평화적 활용과 유엔사 관할권 문제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유엔사의 DMZ 관할은 무효라는 전제 아래 한국 주도로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중앙정부보다 접경지역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DMZ 관리는 DMZ에 접한 지방정부에 우선권을 줘야 한다"면서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접경지역 지방정부가 사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DMZ 평화적 활용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접경지 발전계획도 만들자"고 했다.
유엔사의 도라산 집무실 불허에 맞서고자 지난해 11월9일부터 파주 임진각에 집무실을 만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이재강 평화부지사는 "경기도는 유엔사의 월권행위에 대해 통일부, 국방부, 다른 지방정부와 협력해 제도를 고칠 것"이라면서 "DMZ 관련 활동이 군사적 성질 등 극히 예외적 행위가 아니라면 우리 정부의 통지만으로도 가능한 신고제 방식으로 하고, DMZ 관리도 남북 양측에 속하는 것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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