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건과 관련해 삭제된 파일 목록에 대한 언론 보도와 이로 인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으로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시민단체에서도 고발이 이뤄지면서 또 다른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일 김종인 위원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는 이날 고발장 제출에 앞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29일 피고발인은 자신의 입장문을 전 언론에 배포해 월성 1호기 폐쇄와 관련해 기소된 산업자원부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공소장을 거론하면서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정부를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발인은 오는 4월7일 진행될 예정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에 관해 문재인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에 타격을 줘 자신이 대표자로 있는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들에게 유리하고, 여당 소속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불리한 상황을 고의로 만들려고 했다"며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를 퇴행시키고,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 왔던 북한을 이용한 흑색선전에 불과한 전형적인 선거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SBS는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들의 공소장과 이들이 삭제한 파일 530개의 목록을 입수해 북한 원전 추진과 관련한 폴더가 삭제되고, 탈원전 반대 단체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날 낸 입장문에서 "공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정권 차원에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민간인을 불법 사찰했다는 명확한 증거도 나왔다"며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같은 날 원전수출국민행동과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 등에 대해 동향 문건을 작성한 의혹을 받는 산업부 소속 공무원들을 피진정인으로 해 대검찰청에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자유대한호국단은 이날 성윤모 산업부 장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공소장 내용 보도 이후 논란이 되자 산업부는 지난달 31일 "산업부 내에 있는 보고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의 내용과 작성 경위, 작성 이후의 경과 등을 확인한 결과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산업부는 "해당 문서의 작성 배경을 파악해 본 결과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부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한 바 있고, 북한 원전 관련 문서의 경우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서는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면서 "따라서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며,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선 넘은 정치공세이자 색깔론"이라고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해 12월23일 공용전자기록등손상, 방실침입,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19년 12월1일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문건이 담긴 컴퓨터 파일 530건을 삭제·지시·실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25일 백운규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가 1일 원전 문건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에 대한 이적 행위 발언을 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고발하기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취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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