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보수 성향 교원단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정부의 교육 정책을 독주로 규정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고 기초학력을 일괄 진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일방·편향 교육정책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교원단체·학부모·교육부·교육청 등으로 이뤄진 ‘교육 대전환 거국비상회의’를 제안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회견문 낭독을 통해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기간제 교사, 협력 강사 투입과 고교학점제 도입에 활용되는 다과목 지도교사, 외부 강사 등 '땜질식' 수급 방안은 과거 실패한 복수담임제, 1교실2교사제 혼란만 재연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가 학생 각자를 충분히 보살필 수 있는 교실 환경을 만들어야 대면·원격수업 모두 충실할 수 있다"며 "교원 증원과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이라는 국가적 책무부터 조속히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교육 당국의 임시직 중심 인력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갑철 교총 부회장은 "방역 인력은 14시간 미만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라 지원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긴급 돌봄 역시 2시간 반 이상 하지 못해 뽑기가 너무 힘들다"며 "협력 강사도 지인 통해서 뽑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 및 정규 교사 충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 성향 교원단체도 공감하는 사안이다. 전교조는 지난 19일에도 관련 법을 발의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청회를 주최했다.
교총의 요구 사항 중 진영을 막론하고 교사들의 찬성을 얻을만한 제안에는 돌봄 부문도 있다. 학교 돌봄 정책을 보육·복지 부처로 일원화하고, 운영 주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 교사의 돌봄 업무 부담을 덜어달라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정부와 국회는 지자체가 교실 돌봄을 운영하는 '온종일돌봄법'을 추진하려다가 처우 악화를 우려한 돌봄전담사의 반대에 막힌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입법을 통한 일괄 추진이 아닌 일부 학교의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런가 하면 이념적으로 가장 갈등이 첨예해질 사안은 기초학력 진단이다. 이날 교총 관계자들은 진보 교육 단체와 진보교육감들로 인해 기초학력의 일괄 진단이 막혀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하락의 세부 사항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모든 학생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진단·평가체계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학습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갈등이 첨예해보이지만 이념 진영간 접점이 일정 부분 엿보이는 부문도 있다. 교총은 시행령을 통한 정부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등 폐지 정책이 고교 다양성에 어긋나고 하향 평준화를 부추긴다며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폐지를 하더라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시행령이 아닌 국민적 합의가 반영된 법률을 통해야 교육법정주의에 맞다는 논리도 덧붙였다.
진보 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역시 지난해 "교육받을 권리가 행정기관에 의해 자의적으로 무시되거나 침해당하지 않아야 한다"며 "시행령을 통해 자사고를 신설한 섣부른 판단으로 자사고 학부모와 학생을 포함해 수많은 교육 주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논평한 바 있다.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는 관련 시행령 개정에 따라 오는 2025년 일반고 전환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만료로, 다음 대통령 임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정책이 시행된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22일 국회 앞에서 '일방·편향 교육정책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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