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출산 가정을 방문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서울시 정책을 아동학대 예방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아동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보편적인 영유아 건강관리의 범위를 확대하고 아동학대 인력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보강 조치가 더해지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 2019년 '서울아기 건강첫걸음 사업(첫걸음 사업)'은 대상지 출생아 4만8050명 중 2만2587명을 관리해 관리율 38.24%를 기록했다. 당시 대상 구역은 미실시 자치구인 송파구를 제외한 24개구였다. 강남구와 중구의 경우 2019년 5월부터 본격 참여했다.
사업은 신청 가정의 출산 4주 이내에 건강간호사가 1회 내지 2회 찾아가 엄마와 아기의 건강, 영양, 위생 상태를 살피고 모유수유, 산후 우울평가, 아기 울음,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 등을 교육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속 방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영유아가 2세가 될 때까지 집중 방문한다. 최초 방문인 보편 방문은 2019년 1만7175가구에 1만8466차례, 지속 방문의 경우 1199가구에 1만3181번 이뤄졌다. 반응이 좋다고 판단한 정부가 전국 도입을 고심 중이기도 하다.
첫걸음 사업이 건강을 관리하는 성격이고 대상이 광범위한 편이기 때문에 아동학대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출신인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서울시의회 아동학대 대응 정책 토론회에서 "교육보다 체계적인 학대 예방 접근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첫걸음 사업을 제안한다"며 "외국의 경우에는 아동학대 징후를 집중가정 방문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보호팀이 (첫걸음 사업하는) 보건소와 협력·연계 관계를 맺으면 좀더 이른 단계에서 개입해 아동학대까지 안 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남구처럼 건강간호사들에 사회복지사까지 1명씩 더하면 가정 여건 파악하는데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도 "사업 범위를 출생 가정의 80%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며 "국회 입법이 논의되는 출생 등록제를 시행하고 인력을 보강하면 선진국 수준으로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류정희 아동복지연구센터장 역시 "기존 정부의 가정 방문은 일종의 위험 가정을 선별해 찾아가는 방식이라 굉장히 반응이 안 좋았다"며 "첫걸음 사업의 출생 후 4주를 아동학대 집중되는 1000일, 즉 3세까지 확대해 국가 인력이 정기 방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동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영유아 건강관리가 아동학대 방지 역할까지 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식 개선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정선욱 한국아동복지학회장은 "기존에 서비스 받던 사람도 아동학대라는 이름이 어떻게든 들어가면 부정적으로 여길 수 있다"며 "국가가 '함께 한다'는 메시지를 담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배근 한국아동예방협회장 역시 "아이 죽이기까지 하는 이유 중 상당수는 복지 정책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8년 6월 제22회 서울 베이비 키즈 페어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엄마에 안긴 아기가 아기옷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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