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패배에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청와대 측은 부동산 정책 등 주요 정책 기조변화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강민석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부족했다는 점을 느낀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청와대의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기자들의 '부동산 등 기존 정책 기조에 대한 검토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의 청산 등이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런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흔들림 없이 계속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사실상 정책기조에 큰 변화를 가져가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일 '부동산 가격 급등'에 "부동산 정책 때문에 국민들의 많은 실망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게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동성이 풀리고 자산가격이 실물가격과 괴리되며 높아지는 현상도 있다"며 '정책 실패론'에 반박한 바 있다.
이밖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선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비서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없다"고 답했다. 여권 일각에선 선거에서 확인된 '2030세대의 분노'에 주요 정책 관계자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7 재보선에서 2030세대는 전체 선거인 중 34.8%를 차지했다. 2030세대는 불과 1년 전인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에 50~60% 지지율을 보낸 든든한 지지세력이었지만, 이번 선거는 대거 야당 지지층으로 돌아섰다.
7일 방송3사(KBS·MBC·SBS) 출구조사 결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30%대, 김영춘 부산시장 40%대 지지율에 그쳤다. 특히 박 후보를 향한 20대 남자의 지지율은 22.2%에 불과했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정치권에선 여권이 '2030의 분노'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차기 대선은 물론 이후 선거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더불어민주당의 4·7 재보궐선거 패배에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진은 지난 2일 문 대통령이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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