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이 돼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두 분 다 고령이시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사면 언급은 박형준 시장의 건의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박 시장은 "좀 불편한 말씀을 드리겠다. 전직 대통령은 최고시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저렇게 계셔서 마음이 아프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조기에 제고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사면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거절 차원의 말씀은 아닌 것 같다. 고령의 전직 대통령들이 영어의 몸이 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다"면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사면권을 절제되게 사용해왔는데, 이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건축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재건축 관련해서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는데 이게 사실 재건축을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면서 "(여의도 시범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현장을 대통령님이 한 번만 나가봐 주시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 그럼 낭비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주택가격안정과 투기억제, 공급확대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은 중앙정부나 서울이 다를 게 없다"며 "국토교통부로 하여금 서울시와 더 협의하게 하고, 필요하면 현장을 찾도록 시키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형욱 신임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고 "인터뷰를 보니 민간개발 자체를 막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더라"며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개발을 못 하게 막으려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조치만 담보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과 두 시장은 코로나19 백신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논란, 부산 엑스포(EXPO)와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개최와 한미 정상회담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오찬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련됐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오세훈 시장에게 "서울시장은 지자체의 대표라고 생각한다"며 오 시장이 앞으로도 국무회의에 적극 참석해 의견을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박형준 시장이 "부산시장은 나지만 부산 엑스포와 가덕도 신공항은 대통령의 프로젝트"라며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그걸 시민들에게 잘 이야기해달라"고 농담하고 이미 국무회의에서 정부차원의 '총력지원'을 의결한 것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되도록 작용이 돼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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