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이통 3사(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후 2년간 투입한 설비투자액(CAPEX)이 4세대(LTE) 이동통신 서비스 도입 초기보다 적을 뿐만 아니라 감소세마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5G 품질 논란으로 집단 소송까지 벌어진 가운데,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통 3사가 망 투자 비용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 3사의 10년간 설비투자(CAPEX) 추이. 자료/각 사
10일 <뉴스토마토>가 각 사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이통 3사의 5G 도입 초기(2019~2020년) 설비투자액(CAPEX)은 4세대 이동통신인 LTE 도입 시기(2011~2012년)보다 액수가 적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투자 규모가 늘어나긴 했지만, 상용화 다음 해인 2020년 CAPEX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통신사의 설비투자액은 새로운 이동통신 세대 도입부터 2~3년 동안 급증하다 서서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통상 10년에 한 번씩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통신 장비의 감가상각은 8~10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5G는 1년 만에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SK텔레콤의 LTE 도입기 CAPEX는 5조1340억원이었으나 5G 도입기 CAPEX는 5조1206억원으로 약 130억원 가량 감소했다. KT도 LTE 도입기에는 2년간 7조291억원을 지출했으나, 5G 도입기에는 6조1290억원을 투자해 1조원 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LG유플러스는 LTE 도입기(3조3953억원)보다 5G 도입기(4조9892억원)에 약 1조5000억원의 CAPEX를 더 투입했다.
LTE 때와 비교해 5G CAPEX 감소세는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SK텔레콤은 LTE 도입 초기인 2011년과 2012년에는 설비투자액을 각각 전년 대비 23%, 26% 늘린 뒤, 2013년에는 -19%로 줄이며 서서히 투자 규모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5G 도입 시기인 2019년에는 설비투자액을 전년 대비 37%로 크게 늘렸다가, 상용화 이듬해인 2020년 바로 -24%로 크게 떨어뜨렸다. 유선 장비에 투자하는 SK브로드밴드의 설비투자가 제외됐지만 CAPEX 감소세는 뚜렷하다.
KT도 LTE 도입기인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9%, 12%로 2년간 CAPEX를 끌어올리다 2013년에는 -11% 규모로 줄이며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KT 역시 5G 도입 첫해인 2019년에는 설비투자액을 65% 증가시키다 바로 다음해인 2020년 CAPEX를 -12% 줄이며 빠른 감소세로 전환했다.
LG유플러스는 LTE 도입기에도 상용화 1년 만에 CAEPX 규모를 축소했지만, 감소폭이 2012년 -2%에서 2020년 -9%로 확대됐다.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G 불통 보상 및 서비스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통 3사가 설비투자에 힘을 빼고 있는 가운데 망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5G 상용화 2주년을 넘겨 가입자가 1400만명에 달하지만 품질 논란은 끊이지 않아 결국 집단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5G 피해자모임이 이끄는 '5G 손해배상 집단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사람은 1000여 명이다.
소비자들은 이통 3사가 CAPEX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5G는 전파 특성상 LTE보다 도달 거리가 짧고 건물 벽 투과율이 낮아 기지국을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비 하나당 가격이 LTE의 두 배가 넘는데 투자 금액이 더 적은 상황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업계는 5G 기지국 하나를 구축하는 데 통상 2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자료에서 따르면 이통 3사의 LTE 대비 5G 기지국 구축률이 13.5%에 불과하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기지국으로 5G 서비스의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능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5G 피해자모임은 정부가 이통3사의 망 구축 기간을 유예해 준 것도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설비투자 규모가 줄면서 5G뿐만 아니라 유선 인터넷에 이르는 통신 서비스 전반에 대한 품질 논란도 제기됐다. 최근 유명 IT 유튜버 잇섭(ITSub)은 KT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속도 저하를 지적했다. 이에 오주헌 KT 새노조위원장은 10일 참여연대가 마련한 'KT 인터넷 속도 저하 사건, 원인과 개선방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최근 이통 3사가 저마다 탈통신을 강조하며 KT 또한 투자비와 연구비, 시설 투자비를 계속 줄여온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적절한 수요처를 만들지 못하는 5G 정책이 이런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망 투자를 해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같은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에 회사가 투자 비용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통 3사의 5G 28㎓망 공동 구축을 허용해 주려는 이유도 이런 상황에서 망 투자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사업자에게 마냥 투자를 늘리라고 하면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자가 망을 구축하고 서비스하게 할 수 있는 정책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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