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다수공급자계약의 운용실태를 점검한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7개 기관의 예산 낭비 사례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쟁방식을 회피하기 위해 물품을 분할구매 하는 이른바 '쪼개기' 구매 등으로 120억원의 예산 누수가 발생했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계획을 수립해 2단계 경쟁 대상 물품을 통합 구매하도록 하고, 2단계 경쟁 대상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다수공급자계약에 대한 제도를 내실화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추진단)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다수공급자계약 제도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16일 밝혔다.
다수공급자계약은 조달청이 2개 이상 기업과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공공기관이 별도 계약체결 없이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 물품을 구매하는 제도다.
금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에는 5개 이상의 공급업체가 제출한 제안서를 심사하는 2단계 경쟁을 거쳐 납품업체를 선정토록 해 예산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액 기준은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이나 중소기업이 제조하는 품목은 1억원, 이 외 품목은 5000만원 이상이다.
이용하는 기관도 꾸준히 늘면서 지난 2018년 9조1000억원이었던 거래금액은 2019년 10조7000억원, 지난해에는 14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는 같은해 조달청을 통한 총 공급금액인 34조6000억원의 42.5% 수준이다.
하지만 2단계 경쟁 기준금액 미만의 분할 구매하는 방식으로 예산 절감 기회를 회피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운용실태를 점검한 곳은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 수력원자력, 도로공사, 철도공단, 환경공단 등 다수공급자계약 금액 기준 상위 7개 기관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2단계 경쟁을 회피한 사례는 총 563건에 달했다. 이는 예산절감 기회인 120억원이 상실된 규모다.
주요 사례를 보면 수요기관 내규 미흡으로 인한 분할구매 사례가 135개, 최초 구매계획을 부실하게 설계해 물품을 추가로 분할 구매한 사례 49개, 제도이해 부족으로 인한 분할구매 사례 146개 등이다.
이어 사업단위별로 분할 구매한 사례 98개, 업체 1곳이 등록한 특정 규격 물품을 구매하면서 입찰계약을 하지 않은 분할구매 사례는 135개였다.
정부는 이번에 확인된 제도적 허점을 추가 보완해 구매단계별 제도개선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구매계획 단계에서는 수요기관이 연간 구매계획을 수립해 2단계 경쟁 대상 물품을 통합 구매하도록 했다. 또 규정 정비를 통해 다소 불명확한 2단계 경쟁 대상 판단기준도 명확히 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의 2단계 경쟁 구매예산 합산기준도 수요기관별 특성에 맞게 개선한다.
구매단계에서는 물품 구매 시 2단계 경쟁 회피 의심 구매에 대해 경고문구 알림창이 나타나도록 종합쇼핑몰 구매시스템을 개선한다. 수요기관이 2단계 경쟁대상 해당 여부를 자체 검증하도록 업무매뉴얼도 정비한다.
사후관리 단계에서는 관련 사례집 발간·배포 등을 통해 지적사례를 공유하고 수요기관의 내부감사를 강화해 2단계 경쟁 회피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 밖에 종합쇼핑몰에 1개 업체만 등록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MAS 표준규격 지정 등 물품 규격도 정비한다.
한편 추진단은 확인된 점검 결과에 대해 해당 기관에 관련자 문책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그 처리 결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다수공급자계약 운영실태에서 제도상 허점이 발견돼 2단계 경쟁 제도 운용을 개선하겠다고 16일 밝혔다. ㅅ진은 공공조달 박람회인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에서 각종 공공조달용 제품이 전시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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