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가 기업결합 심사 지연과 지역사회 반대 등 돌발 변수로 난항이다. 특히 기업결합 심사의 관건인 유럽연합(EU)의 결론이 계속 미뤄지면서 올해 안에 인수 마무리를 짓겠다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는 지난해 6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중단한 후 1년이 가까이 재개하지 않고 있다. 당시 EU는 두 기업 합병 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독과점이 우려된다며 심사를 멈춘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두고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결론은 좀처럼 나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1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힌 뒤 2년 6개월이 넘도록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인수를 위해선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 국가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한국과 일본, EU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사하는 국가 중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인수는 무산된다.
특히 EU는 이번 인수를 위한 최대 관문으로 여겨진다. 조선사들에 선박을 주문하는 주요 선주들이 EU 회원국에 몰려있는데, 두 기업의 합병으로 LNG 선박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쟁국인 일본 또한 이번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변수가 될 수 있단 관측이다. 이밖에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에서는 승인을 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각종 돌발 변수로 난항이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대우조선해양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이달까지 심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당초 지난해 심사를 마친다는 목표였지만 코로나19와 업계 상황 변화 등을 이유로 결정을 미룬 바 있다.
업계에선 공정위가 LNG 선박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성 해소를 조건으로 이번 인수를 승인할 것이란 관측이다. 경쟁 제한성은 두 기업의 합병으로 경쟁의 정도나 사업자가 두드러지게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경쟁 제한성 해소를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은 독과점이 예상되는 선박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사업 축소와 이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역사회와 노조까지 합병을 반대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가 있는 거제시는 매각 후 대규모 구조조정이 우려된다며 합병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변광용 경남 거제시장은 지난 17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 철회와 공정위 불허 결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제시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최근 관련 긴급 좌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필요성, 타당성, 정당성도 없는 오직 정부 입맛 맞춤식의 3무 매각"이라며 "대한민국 조선업과 지역 경제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정치적 매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안에 합병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권오갑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현대중공업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업결합심사가 다소 늦어지고 있지만 늦어도 올해 안에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현대중공업그룹은 물론 한국 조선업 전체에도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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