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국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덴마크에서 체포된 후 국내에 강제송환된 영국인에 대해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 영국인은 덴마크에서의 구금 기간을 형기에 산입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기소된 영국인 C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미결구금일수 산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C씨는 지난 2018년 8월17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자신의 숙소에서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A씨의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 A씨의 다리가 노출되는 장면 등을 미리 설치해 놓은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후 자신이 운영하는 유료회원제 사이트에 촬영물을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가 태국으로 출국하면서 2019년 1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지만, 이후 C씨는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그해 11월 덴마크에서 체포됐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지난해 7월31일 C씨를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당시 송환 일정은 코로나19로 인해 덴마크 직항편이 없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하는 방법으로 왕복 40시간가량이 소요됐다.
1심은 C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처음부터 성적 내용을 포함한 영상물 촬영을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했다"며 "피해 여성은 심각한 피해와 불안감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범죄의 특성상 유포된 영상물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영구히 계속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계정 삭제 등 피해 회복을 위해 협조했고,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해 촬영된 영상의 피해자의 신체 노출 정도가 매우 심하지는 않고 성관계 또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내용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성적 표현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범죄로 인한 처벌 전력이 없고, 해외에서부터 장기간 구금 상태에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C씨와 검사는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C씨는 "피고인은 2019년 11월10일 덴마크에서 체포돼 대한민국으로 송환되기 전까지 263일간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돼 있었는바 형법 7조를 유추 적용해 해당 구금 일수를 국내 형의 형기에 산입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면서 1심의 법리오해도 주장했다.
2심은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사실로 인해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덴마크법에 의해 규율되는 것으로서 이를 국내 형사사법 절차상의 미결구금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구금이 외국법원의 유죄판결에 의한 것도 아니므로 구금된 기간을 형기에 산입돼야 한다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또 "원심은 검사와 피고인이 주장하는 여러 양형 사유를 포함한 제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원심의 형을 적정하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과 비교해 형을 변경할 만한 양형 조건의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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