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5일 발표한 대선 출마선언문에서 국회의원과 도지사, 국무총리 경력을 맨 앞에 강조한 건 다양한 국정경험을 통해 '안정감 있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 민주당 적통을 내세웠다.
이날 오전 10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다양한 이력과 국정경험을 내세우며 정치·정책 전문가를 자임했다. 이 의원은 출마선언문 맨 앞에서부터 "젊은 시절엔 신문기자로, 다음엔 국회의원, 도지사, 국무총리로 일하고 다시 의원으로 돌아왔다"며 "오늘은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이는 여권 1위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실제 이 지사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정치 경력은 재선 성남시장과 민선 7기 도지사 이력이 전부다. 이 지사는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으나 이 의원은 5선 국회의원이다. 민주당 대변인과 사무총장, 당 대표까지 지냈다.
특히 호남 출신인 이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이름을 3번,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2번씩 언급하면서 민주당의 적통이자 민주정부의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우리 민주당의 세 분 대통령인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저에게 학교였다"면서 "저는 그분들로부터 정치를 배우고, 정책을 익혔다"고 했다. 이 의원은 기자를 하다가 김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인연이 있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일 때는 대변인을 맡았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정치와 정책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게 됐다"며 "좋은 철학은 든든하게 계승하되, 문제는 확실하게 시정하는 일을 제가 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적통으로서 민주정부를 계승하되 부동산정책 실패와 공정성 논란 등 문재인정부에서 제기된 정책·정치 문제점은 확실히 고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이 의원에게도 취약점은 있다. 동교동계 출신의 만 68세라는 '올드 이미지' 탓에 최근 정치권 이슈로 부상한 세대갈등과 청년정치 등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를 남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촉발된 공정성 문제와 청년세대의 민심 이반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출마선언문에서도 "청년 불안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 외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 지지율이 하락에도 반등의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1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선 34%를 기록, 여야 전체 1위였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2일 발표한 조사(6월29일~7월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선 지지율이 6%에 그쳤다. 이번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5%, 이 지사는 24%를 얻었다. 정치권에선 정세균 후보가 단일화에 성공,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면서도 이 의원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할 걸로 내다봤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 의원이 출마선언문에서 국정경험과 세 분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운 건 그만큼 경쟁후보들에 비해 지지율이 낮고, 친문 지지층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는 방증"이라며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까지 2달 남은 상황에서 조기에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하면 경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5일 오전 10시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대선 출마선언문을 통해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사진/이낙연 예비후보 제공
한편,
한국갤럽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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