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OPEC+가 추가 감산 완화에 최종적으로 합의면서, 국제유가가 진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유가 상승을 주도한 공급이슈가 일부 해소된 만큼 지속된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18일 열린 회의에서 다음달부터 내년 9월까지 하루 40만배럴을 증산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 4월로 예정됐던 감산 완화 기한 역시 같은 해 연말까지 연장된다. OPEC+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대응 차원에서 하루 1000만 배럴을 감산하고, 내년 4월까지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줄여나가는 안에 합의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일 열렸던 OPEC+ 회의는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단기적 증산과 감산정책 종료 시점 연장이라는 큰 틀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UAE가 감산 완화 합의 시한 연장을 위해선 생산 능력이 재산정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UAE의 부분 반대 입장 고수 속 5일로 예정됐던 추가 회의는 개최조차 되지 못한 채 결렬됐다.
OPEC+가 추가 감산 완화에 최종적으로 합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진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소재 주유소에서 주유 중인 모습. 사진/신화AP
당시 유가상승 지속 해소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회의가 결렬되면서 유가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 11월 회의와 마찬가지로 결국 UAE가 전체 의견을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지만,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마무리된 탓에 불확실성은 강해졌다. 이달 최근 3년새 최대 수준까지 치솟은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WTI 기준 배럴당 75.25달러까지 도달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유가 역시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 11주 연속 상승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값은 리터당 1628.1원을 기록하며 2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만에 서울 평균 휘발유값도 1700원을 넘어섰다. 특히 6월부터는 매주 10원 이상씩 오르는 급등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OPEC+가 2주 만에 열린 이번 회의를 통해 UAE 원유 생산 기준을 하루 320만배럴에서 350만배럴로 상향하며 최종 합의에 성공하면서 상황 전환이 예상된다. 업계는 진통 끝에 합의에 도달한 이번 회의 결과가 원유 생산량 증가로 이어져 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가상승이 불러오는 단기적 재고평가이익에도 불구, 더딘 수요회복에 정제마진 기근에 시달려온 정유업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공급 이슈 해소로 인한 안정적 유가 흐름 속 하반기 예상되는 수요회복이 수익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월초 회의 결렬 이후 회원국 간 경쟁적 증산 우려에 커졌던 유가 변동성 역시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9월까지의 스케줄이 명확히 제시된 상황인 만큼 기존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며 "향후 1년간의 증산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OPEC+의 생산공백을 틈타 미국 셰일 업체들과 같은 비OPEC+ 산유국들이 잠재적으로 증산을 할 리스크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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