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1일 일본에 이어 한국 방문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8월 한미연합훈련 규모·방식에 대한 의견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도 셔먼 부장관의 방한 직전 '노골적 군사분야 합의 파기'라는 표현으로 비난 목소리를 내면서 한미훈련 논의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코로나19 상황과 한미 당국의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 등을 고려하면 이번 한미훈련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부에 따르면 셔먼 부장관은 이날부터 23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우리 정부와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한미 관계, 지역 정세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특히 23일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함께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통해 대북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조정관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 셔먼 부장관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서도 북핵 문제를 의제로 다뤘다. 한미일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와 관여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현 상황의 진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셔먼 부장관은 협의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있어 한미일 협력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며 "북한이 더 나은 미래를 확보하려면 비핵화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은 방한 기간 동안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을 예방할 예정이다. 통일부에서도 셔먼 부장관과 소통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만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의 접견 가능성도 있다. 양측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기로 한 상황에서 통일부와 국무부 간 직접 협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3일 예정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에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정책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별다른 계기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 유인책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기 위해 한미연합훈련 시기, 규모, 방식을 놓고 긴밀히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코로나19 상황과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지 등을 고려하면 한미연합훈련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미국 측에서도 완전히 거부하고 있고 그러면 결국은 일정 수준 규모로 여는 정도로 한미 간에 조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청해부대도 물론 다른 건이지만 방역에 대해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물리적으로 정상적인 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병력이 비대면으로 훈련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상황 때문이라도 대규모 야외 훈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경우 북한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큰 무력 시위 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현 교수는 "이번 한미군사훈련의 축소 속에서 이 상황을 잘 넘기면 그 과정에서 북미, 남북 간 대화의 여지들이 조금씩 열릴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이번 한미군사훈련을 지혜롭게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21일 일본 도쿄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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