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 입장을 유지한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난을 외면하고 있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되면서 한미 당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일단 대북 제재를 푼 뒤에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다시 위반하면 제재 수위를 보다 높이자는 취지다. 양국은 대북 제재에 따른 북한의 경제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만큼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라도 일부 제재를 풀어야 한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제재 완화의 선결 조건으로 북한 비핵화를 내세운 미국의 태도가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제재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에 변화를 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경제난 상황을 대북 제재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자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경제난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기존에 한미의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논의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지난달에만 두 차례 만남을 가지며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조만간 미국과 협의를 또 이어나가기로 한 만큼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제재 문제를 보다 유연한 입장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등 유엔안보리의 논의와는 독립적으로 통일부는 북한 주민의 인도적 어려움을 해소하고 민생을 개선하기 위해 제재 문제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입장에서 포괄적인 인도적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철도·도로와 같은 비상업용 공공인프라 부분 등의 대북 제재 유연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한미 국장급협의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협의 등을 통해 미 측과 인도적 협력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질적 진전방안을 폭넓게 논의해 나간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제재를 유지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모색해 볼 수 있는 인도적 사업은 화상 방식의 이산가족 상봉이 꼽힌다. 이외에 대북 식량 지원의 경우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를 통해 조용히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한미의 대대적인 홍보 속에 이뤄지는 인도적 지원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있다. 제3자를 통한 간접 지원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인도적인 사업은 우선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기본이 될 것"이라며 "대북 식량 지원 부분은 남북 차원 보다는 세계식량계획(WFP)이나 유니세프 등 국제기구를 통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방역 협력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부분적으로 걸리는 요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 유지 입장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미 당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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