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강하게 반발했던 북한이 지난달 26일 훈련이 종료된 이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잠잠한 모습이다. 대미·대남 비난 담화가 없을뿐더러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이용한 우리 측의 호출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훈련 종료 이후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 당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에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대표는 최근 두 차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대화 기조를 재확인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고리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면서 북한에게 대화 복귀 명분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10일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반발해 13개월만에 복구했던 남북 연락채널을 다시 단절한 뒤 우리 측 정기통화 시도에 응답하지 않고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난 담화 등 한미훈련에 대한 추가 도발은 이어지지 않았다. 무력 도발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까지는 그러한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군 철수로 촉발된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변수로 등장했고 한미러 3국의 북핵수석대표 간 연쇄 협의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한미훈련 종료 이후 직접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용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아직까지는 북한의 무력시위가 없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남북 관계 또는 북미 관계를 좀 더 북한이 적극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신호를 한미에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미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미국에 대해서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원칙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 또한 조건없는 대화는 계속 유효하다고 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북미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한다고 해도 국제사회의 반발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낮은 수준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예상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며 "또 한번 국제사회의 제제를 과연 견딜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문제가 있고 중국과의 관계가 또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도발을 한다고 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의 도발을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화 의사가 있다고 해도 미국의 진전된 입장 표명 없이 먼저 대화에 움직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실제 북한을 향한 대화 재개 의지를 내보이면서도 전향적인 대북 유인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체제 안전 보장 등 전향적이고 진전된 입장 없이는 북미 대화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양무진 교수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라든지, 안전 보장이라든지 또 평화 체제 구축과 관련된, 보다 전향적이고 진전된 안을 먼저 내놓으면 북한도 대화에 나오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전망했고 김용현 교수도 "미국이 북미 대화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미국의 적극적인 의지에 대한 판단으로서 북한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1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청년절 30주년 경축 행사 참가자들과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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