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미국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의 관계자들이 국내 제약사 GC녹십자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논의를 위해 입국을 완료 후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관계자들은 실사과정에서 30억 도즈의 위탁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번 논의 중인 위탁생산 물량이 지난해 국제 민간기구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계약한 사안으로 실사 후 CEPI향 추가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13일 뉴스토마토의 취재 결과 최근 얀센 관계자들은
녹십자(006280)와의 코로나19 백신 CMO 논의를 위해 녹십자 오창 공장 등의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얀센 백신 위탁생산을 위해 이미 얀센의 실무자들이 대거 입국했다”며 “위탁생산 물량은 녹십자가 CEPI와 계약한 물량으로 추정되는데 수주의 신뢰성이 아주 높은 실사”라고 말했다.
앞서 녹십자는 지난해 충북 오창에 백신 완제공정 공장을 완공했으며, 지난해 10월 CEPI와 5억 도즈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따낸 바 있다. CEPI의 물량을 확보한 만큼 백신 종류가 정해지면 오창공장에서 언제든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다.
녹십자가 얀센과 CMO 계약을 체결하면 한국이 글로벌 백신 핵심 생산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부스터샷 등으로 백신 수급이 부족한 만큼 해외 수출 물량까지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CMO 생산시설의 부족과 부스터샷(추가 접종) 등의 추가 수요, 후진국 공급 등으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 수주는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 질 것이고 차후 한국이 세계 시장에 핵심적인 생산지로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십자 역시 얀센을 시작으로 CEPI의 추가적인 수주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승인이 잇따르고 있어 코로나19 백신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등 이미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거나 도입이 확정됐고, 미국 역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추가 접종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아직 얀센 백신은 추가 접종 허가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미 FDA에 부스터샷 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이를 위해 존슨앤존슨은 지난 달 부스터샷 임상 결과를 FDA에 제출했으며, 얀센 백신 부스터샷을 맞으면 항체 수준이 9배 높아진다는 임상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백신 수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아스트라제네카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에 이어 녹십자의 얀센 CMO 계약이 체결되면 현재 국내에 공급되는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4개사의 백신 중 3개를 국내기업이 생산하게 된다.
녹십자는 얀센 백신 CMO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부정하지 않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공시 한 바와 같이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게 공식 입장이고, 공시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이미 계약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입장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녹십자는 얀센이나 CEPI 본계약과 관련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아직 계약 체결 이전으로 계약과 관련해 외부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든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녹십자의 얀센 백신 위탁생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장 실사를 진행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계약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며 “녹십자의 생산 설비를 볼 때 CEPI에서 추가적인 수주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충북 오창읍의 GC녹십자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이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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