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체계화된 '대못'들 때문에 민간위탁과 보조금 사업의 문제를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16일 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전임 시장 시절 만든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각종 비정상 규정이 대못처럼 박혀 있다"며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오 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취지로 민간위탁, 보조금 사업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예산 누수를 막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보조금과 민간위탁 사업들이 꼭 민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업인지 점검해보고 지원받는 단체들이 시민의 혈세를 시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단체인지 아닌지 옥석을 구분하겠다는 의도다.
오 시장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마을·협치·도시재생·사회적 경제 등 민간위탁 9개 분야, 민간보조 12개 분야를 살핀 결과 올해 9월까지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집행된 금액만 116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위탁 45개 단체에 832억원, 민간보조 842개 단체에 328억원 등이다.
그는 "10여 년간 서울시에 뿌리박힌 비정상적인 예산 낭비 관행을 정상화하고 단 한 푼의 세금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며 "이후 민간위탁과 보조금 사업 문제에 대한 개선안이 나왔지만 당장 시정 조치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먼저 오 시장은 종합성과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에는 특정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것에 대해 "누구를 위한 지침이냐"며 반문했다.
오 시장은 "사업 담당 공무원의 지도감독 과정에서 비리, 갑질, 성폭력 등 심대한 문제가 발견돼도 즉시 감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잘못을 덮고 은폐할 시간을 줄 수밖에 없다"며 "전임시장 때에 만들어진 해괴한 민간위탁지침은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도 제때 못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고용승계를 80% 이상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오 시장은 "기존 단체의 직원을 떠안게 되면 새 기관이 운영상 자율성을 갖고 변화를 모색할 여지가 극히 줄어든다"며 "사업실적이 매우 부진하거나 각종 문제를 일으켜서 사업권을 박탈당해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 특권"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토록 한 조례도 문제 삼았다.
오 시장은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물론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까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자기편, 자기식구를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났다"며 "수탁기관 선정 과정을 관장하고 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부서장 자리에 종전 수탁기관의 장이 임명되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부 수탁기관들은 피 같은 시민의 세금을 아끼기는 커녕, 오히려 세금을 쓰는 것을 자신의 권리로 착각하고 있었다"며 "시의회의 협력을 구하면서 비정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길을 묵묵히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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