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를 찾아 일제강점기 한인 해외이주와 독립운동을 지원한 고 김노디·안정송 지사에 건국훈장을 추서했다. 현직 대통령이 독립유공자 훈장을 해외에서 직접 추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외 독립지사의 위국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거행된 독립유공자 훈장 추서식에 참석해 두 지사의 후손에 건국훈장 애국장과 애족장을 각각 추서했다. 하와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는 해외 최초이자 미주 최대 규모의 한국학 연구기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 연구소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훈장 추서식에서 독립유공자 김노디 지사 후손에게 애국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 지사는 하와이 이민 1세대로 일제강점기 독립자금 모금을 지원하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에 기여한 공적을 뒤늦게 인정받았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제102주년 3·1절에 두 지사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했고,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귀국길에 하와이를 찾아 직접 훈장을 추서하게 됐다.
고 김노디 지사는 대표적인 여성독립운동가로, 일제강점기 대한부인구제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적극 모집했다. 한인기독학원 사감을 맡는 등 여성교육 기관 설립에도 힘써 왔으며 1921년 이후 미국 각지를 돌며 주권을 침탈당한 조선의 사정을 알렸다.
고 안정송 지사는 한인합성협회 부회장과 대한인국민회 총회장 등을 지낸 고 안원규 지사의 배우자다. 남편을 도와 하와이 지역 학생들에게 민족의식과 어학 교육에 힘썼다. 광복 후에는 재미한족연합위원회 일원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했다.
문 대통령은 추서식에서 "(하와이는)나라가 국민의 삶을 지켜주지 못할 때인 1903년 처음으로 근대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라며 "하와이에 정착한 이민 1세대들은 고된 노동과 힘겨운 생활 속에서도 조국 독립에 힘을 보탰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품삯의 3분의 1을 떼어 300만 달러 이상의 독립운동 자금을 모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후원회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며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리는 애국의 역사"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손자 로버트 안이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추서식에 참석한 것을 언급하고 "대한민국은 지금 선생이 그토록 염원하던 정의롭고 강한 나라, 나와 이웃이 함께 잘사는 나라, 국경을 넘어 상생과 협력을 실천하는 나라로 향해 가고 있다. 동포 여러분의 하나된 마음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동포 여러분 덕분에 한미동맹이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모범적이며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며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건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추서식을 마친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행사장 맞은편에 모인 교민들 쪽으로 이동해 교민들과 주먹인사를 나눴다. 교민들은 문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하며 취임 후 처음 하와이를 방문한 문 대통령 부부를 환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 연구소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훈장 추서식에 참석해 현지 교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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