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곧 시작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사실상 통화완화 정책의 대전환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0) 수준인 금리 인상 시기도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22일(현지시간) CNBC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에서 물가·고용 관련해 "진전이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계속되면 위원회는 자산매입 속도 완화가 곧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후 장기금리 억제를 위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라는 조건을 걸고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연준의 이날 성명에는 구체적인 테이퍼링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곧 채권 매입을 늦춰야 할 때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내년 중반 종료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테이퍼링 결정 시점에 대해선 "다음 회의에서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오는 11월 2~3일 열릴 FOMC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연준이 11월 FOMC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고 전했다.
테이퍼링 시행은 금리 인상과도 맞물린다. 연준이 이번에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18명의 연준 위원 중 절반인 9명이 2022년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 회의에서는 내년 첫 번째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7명에 그친 바 있다. 점도표란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다.
2023년에도 현 수준의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위원은 1명, 나머지 17명 중 과반인 9명은 2023년에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이 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신호가 아님을 강조하며 시장의 우려를 희석하려 했다. 그는 "테이퍼링 시기 및 속도는 정책금리 인상의 직접적인 신호로 의도된 것은 아니다. 경제가 계속 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만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연준의 시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연준은 이번 전망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6월 3.0%에서 3.7%로 상향했다. 2022년 물가상승률은 2.3%, 2023년 물가상승률은 2.2%로 각각 예측됐다. 실업률은 4분기 실업률은 4.8%로 높아지고 2022년 실업률은 3.8%, 2023년 3.5%를 기록할 것으로 연준은 내다봤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는 이전 7%에서 5.9%로 낮췄다. 대신 내년 성장률은 3.3%였던 것을 3.8%로 상향했다. 파월 의장은 "상당한 추가 진전이 거의 달성됐다고 보고 있으며, 다음 고용지표는 양호한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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