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쇼크' 중국 경제 둔화 요인 작용…"영향은 제한적"
중국 주택경기 둔화, 건설투자 부진으로 성장에 부정적 영향
중국 당국 시장 통제력 감안 시 금융위기 높지 않을 것
한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점검 필요"
2021-10-17 12:00:00 2021-10-17 12: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헝다 그룹 사태가 건설 투자 부진, 소비 회복 지연 등으로 이어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추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다 해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 전체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다만 헝다 그룹의 디폴트 위기로 인한 중국 경제의 투자심리 악화 및 단기적 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헝다 그룹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중국 헝다 그룹의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 그룹은 과도한 차입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가운데, 최근 부동산 부문의 영업 여건 악화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도 최근 헝다 그룹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무디스는 지난달 7일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같은달 15일 'CCC'에서 'CC'로 낮췄다.
 
실제로 헝다 그룹은 지난 9월 지급 예정이었던 달러채 이자 1조3100만 달러와 위안화채 이자 2억3200만 위안을 지급하지 못했고, 이달 중에도 달러채 이자 1억4813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홍콩 증시에서는 아예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한은은 헝다 그룹 사태가 그간 부동산 부문에 크게 의존해 온 중국 성장 모델의 취약성, 성장 과정에서 누증된 부동산 개발 기업의 과잉 부채, 정부의 규제 강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헝다 그룹은 그간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관련 부문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다.
 
또 헝다 그룹을 포함한 부동산 개발 기업의 부채 비율이 높게 상승한 가운데, 분양시장 둔화로 이들 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 실제 중국 부동산 개발 기업의 부채 비율은 396.5%로 제조업의 108%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인데, 헝다 그룹은 이보다도 더 높은 478.4%에 달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해부터 부동산 개발 기업에 대한 신규 차입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들 기업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유도해 온 점도 헝다 그룹 사태의 단초가 됐다.
 
한은은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발 경기둔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경제 내 부동산 관련 부문 비중이 높아 주택경기 둔화, 건설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경우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가계자산 중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59.1%에 달할 만큼 높아 주택시장 둔화는 가계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소지가 있다.
 
지방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 정부 재정의 주요 재원인 토지사용권 판매수입이 줄어들 경우 재정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지방 정부는 재정 수입의 약 46%를 토지사용권 판매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한은은 금융 기관의 제한적 익스포져(리스크 노출액), 당국의 시장 통제력을 감안하면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며 "이는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의 충격이 부동산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동성 지원을 늘리는 한편, 기존의 건설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무디스, S&P 등에 따르면 화룽자산관리공사 등의 사례와 유사하게 지방정부, 국유기업 등이 구조조정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의 충분한 단기 부양 여력,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양호한 수출 여건도 중국 성장에 대한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헝다 그룹 사태와 같은 중국 경제의 다양한 구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현실화될 경우 세계 및 우리 경제에 실물 충격을 줄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불안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며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헝다 그룹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중국 헝다 그룹의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추세다. 사진은 중국 어선들에 중국 국기들이 달려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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