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도 이재명 '승기'…송곳질문은 심상정(종합)
국민의힘, 맥없는 프레임 싸움만…심상정 조목조목 지적에 민주당 엄호
2021-10-20 14:37:27 2021-10-20 14:42:40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2차전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1차전에서 승기를 내준 국민의힘이 팀플레이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또 다시 이 후보를 국감장에 세웠지만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다. 쟁점인 대장동 개발 특혜 이익 관련해 이 후보와의 직접적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설계한 이재명이 범인'이라고만 주장했다. 오히려 공세를 펼친 이는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이었다. 그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발표 자료를 근거로 대장동 사업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설계자 이재명은 범인" 프레임으로 맞불 
 
이 후보는 20일 오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도둑질을 교사한 이 후보도 도둑"이라고 지적하자, "그걸 못하게 막은 사람이 저"라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설계자=범인, 돈 가진 자=도둑'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프레임 싸움에 나섰다. 이 후보가 지난 18일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고 손팻말을 든 것에 대한 맞불 성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하지만 대장동 비리와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박 의원은 "(개발 사업의) 예상 수익금이 얼마냐. 기반시설에 얼마나 투자할지 조정해 인허가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 후보는 이미 형평성을 잃고 사업 시행자에게 돈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범인이 설계자다. 이 사건의 범인은 이 후보"라고 주장하며 질의 시간을 마쳤다. 이 후보는 "용도변경하면 엄청난 개발이익이 생긴다. 그걸 제가 100% 환수하려고 했는데 극렬하게, 다수 의석을 동원해 막은 게 국민의힘"이라고 응수했다. 
 
3선의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결정적 한 방 없이 질의를 마무리했다. 이 의원은 대장동 비리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임명 배경에 대해 캐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10년이 지난 일이라서 시설관리공단 본부장 임명 권한이, 인사결정 절차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성남시장 권한이 아니라 인사추천위원회 행정국장의 소관이었던 것 같은데, 가능하면 그 분께 물어달라"고 질문을 피했다. 
 
이 의원은 유 전 사장이 건설설계사무소 운전사 경력 2개월, 신도시연합회 회장 경력이 전부인 점을 들어 "자격 없는 사람을 추천한 적 없냐"고 따졌다. 당시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이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후보의 추천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이 후보는 이번에도 "그런 기억 없다"고 답했다.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이영 국민의힘 의원 질의가 반복되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경지지사가 20일 경기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정민 국민의힘 의원 발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심상정, 돋보인 질의 "성남시 이익 최소화 위해 택지사업 한정했나"
 
오히려 강도 높은 질의는 심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심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두고 국민의 70%가 이 후보의 책임론을 말하고 있다"며 "사업계획제안서를 살펴보니 아파트 분양사업을 원칙으로 제안했는데, 왜 택지사업으로만 제한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후보는 "위탁된 사무여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심 의원은 또 "산업은행과 하나은행 컨소시엄 등에서 내놓은 자료에는 (아파트 사업) 전망을 아주 밝게 보고 있다"며 "성남시의 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수익 환수 대상을) 택지사업으로 한정한 것 아닌가"라고 공격했다. 심 의원은 경실련 자료를 근거로 "아파트 분양사업까지 포함하면 1조8천억원의 이익이 났는데,  75~90% 이익이 민간으로 넘어갔다"며 "큰 도둑에게 자리는 다 내어주고 '이거라도 어디냐' 하는 식으로 (변명)하나"고 질타했다. 
 
이 후보는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지만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며 "부패 설계한 것은 투자자 쪽에 물어보시라"고 반박했다. 또 이 후보는 아파트 분양사업을 포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2015년에는 미분양이 폭증하고 택지 사업도 적자가 난다고 (국민의힘에서) 성남시 재정을 파탄 낸다고 반대했던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지방 행정사에서 민관합동 개발을 통해 1천억 단위를 환수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대통령 후보-상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엄호' 나선 민주당, 경실련의 "허구자료" 지적하며 심상정과 신경전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경실련의 발표를 인용해 질의한 심 의원에 적극적으로 맞섰다. 앞서 경실련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이익 1조8211억원 중 성남시가 환수한 금액은 10%인 1830억원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화천대유 등 민간 사업자가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경실련 발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성남시는 이미 확정 배당금을 정리했기 때문에 택지분양 단계에서 사업은 종료됐다고 보는 게 맞는 것"이라며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서는 죄송하지만, 민간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LH가 택지분양해서 민간에 넘겼는데 그것을 분양해서 이익을 남겼다고 LH가 그 이익을 가져갈 수 없다"며 "도시개발법에는 그런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에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는 허구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문 의원은 심 의원을 향해 "경실련의 말도 안 되는 수치를 가지고 국감 현장에 나와서 말씀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며 "그런 확정되지 않고 팩트가 정리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전 국민이 보는 국감에서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도 "사업부지 대장동 안에 공원과 도로, 각종 기반시설은 당연히 공공에 귀속되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라며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왜 이익이라고 주장하냐는 얘기는 무지의 소치라기보다 악의에 기초한 것이 아니냐. 경실련은 (부산)엘시티 문제 제기는 안 하고 이것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거들었다.
 
심 의원은 "문 의원이 제 질의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통계를 인용하고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은 부당하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불쾌한 내색을 했다. 
 
논란이 됐던 초과이익환수제 미채택의 배경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이 후보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초과이익환수제 도입과 관련해 금융권에 물어보니 자신들도 배임에 걸린다고 우려한다'고 전하자, "우선협상을 했는데 없는 내용을 추가하면 배임"이라고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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