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가 23년 만에 민영화의 길로 들어섰다. 그동안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예보) 등이 갖고 있던 9.3%의 잔여 지분이 민간에 매각되면서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됐던 공적자금 12조8000억원 중 12조3000억원이 회수된 가운데, 정부 소유 금융지주회사라는 디스카운트 요인도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금융위)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22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 낙찰자 결정’ 의결을 거쳐 최종 낙찰자 5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낙찰 결과 총 매각 물량은 9.3%였으며 입찰 가격은 1만3000원 초중반대를 형성했다. 이는 공자위가 지난 9월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 매각을 공고할 당시 예정했던 최대 매각 물량 10%에 근접한 것일 뿐만 아니라 당시 주가(1만800원) 대비 높은 수준이란게 금융위 설명이다.
이번 매각 물량 중 예보가 보유했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4%는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에 낙찰돼 사외이사 추천권도 부여됐다. 이 외에 KTB자산운용(2.3%),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1%), 두나무(1%),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1%)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앞서 지난 18일 열린 본입찰에서는 이번에 선정된 곳 외에 하림그룹과 호반건설 등 9곳이 참여한 바 있다. 금융위는 사전에 의결한 예정 가격을 넘는 후보가 7곳, 최대매각물량(10%) 대비 1.73배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지난 예비 입찰 후보자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예상보다 높은 참여율로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업계는 이번 매각 결과가 최근 금리 인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은행업계 전체가 이미 지난 3분기 이자만으로 11조6000억원을 벌어들인 가운데, 우리금융도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향후 배당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여 투자자 입장에선 충분한 투자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위는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8977억원이 회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잔여지분 5.8%를 1만193원 이상으로만 매각하면 공적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이번 매각으로 새로운 과점주주가 추가됐지만 기존 과점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5명, 비상임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매각으로 유진PE 추천 사외이사 1명이 추가되고 예보 추천 비상임이사 1명이 제외된다.
한편 이번 매각 절차로 예보의 지분은 5.8%로 축소됐으며 우리사주조합, 국민연금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예보는 12월9일까지 대금 수령 및 주식 양도 절차를 마무리해 매각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주가 추이, 매각 시점의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예보 보유 잔여 지분을 신속하게 매각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금융 본사 전경. 사진/우리금융지주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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