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세 번째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4박5일 동안 순회했다. 호남이 민주당의 뿌리이자 안방이라는 점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쇄신을 통한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집토끼부터 잡은 후 중도층 공략에 나서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이 후보는 내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라며 사과한 뒤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29일 오후 전남 영광군 영광읍 터미널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25일 밤부터 4박5일 동안 진행된 매타버스 광주·전남 민생 대장정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를 의식, "영광이 낳은 대한민국 정치 거물 이 전 대표를 잘 모시고 더 유능한 민주당, 더 새로운 정부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영광은 이 전 대표의 고향으로 두 사람 간 극적인 만남이 기대됐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다. 이 후보는 이외에도 목포·신안·강진·해남·장흥·강진·여수·순천·광주·나주 등을 누비면서 골목시장·청년 등 민생 해결사를 자임했다.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3주차 일정으로 광주·전남 순회 방문을 시작하면서 목포 산정로 동부시장부터 방문해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가 광주·전남 순회에 공을 들인 건 호남 민심에 '이재명의 민주당'을 호소, 선대위 쇄신과 당 장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대선 D-100일을 맞아 텃밭에서부터 압도적 지지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앞선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호남에서 절대적 지지를 얻은 것과 달리 이 후보의 지지율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이 후보로선 호남이 동의하지 않는 쇄신은 반쪽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 후보가 호남 방문 첫날 광주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목포를 찾아 "호남이 없으면 민주당도 없다"며 "'이재명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한 건 이런 맥락이다.
이 후보는 첫날 목포 방문에 이어 신안군에선 의료접근성을 강조하면서 "최소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하는 게 국가 의무"라며 "내 신념은 '생명보다 귀한 건 없고, 돈보다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면서 경기도 닥터헬기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행토록 했으며, 헬기 계류장을 대폭 확대해 환자가 위급상황 때 신속히 이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저녁엔 해남군 화원면 소재 오토캠핑장으로 이동해 차박을 응용한 명심캠핑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명심캠핑 전 해남·강진·완도 일대 당원들을 만나 "전남은 호남의 중심이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를 만든 곳"이라며 "더 유능한 정부를 만들도록 힘을 합치자"고 당부했다.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남 장흥군 장흥읍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을 방문해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는 27일엔 장흥군 장흥읍의 정남진장흥토요시장을 찾아 즉석 연설을 통해 "민주당의 뿌리, 민주당의 전부인 호남이 민주당이 제대로 길을 찾아 과감히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특히 이 후보는 본선 상대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저는 3실 후보(실력·실천·실적)고, 다른 한 명은 3무 후보(무지·무능·무당)"라며 "3실 후보가 3무 후보를 이길 수 있도록 호남이 압도적으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28일엔 광주시 남구 양림교회와 광산구 송정5일시장을 찾아 "전두환씨는 '씨'자를 붙이기도 아깝다"고 규탄했다. 그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5·18 민주화운동 때 국민을 학살한 반인륜 범죄, 민주화운동과 독립운동 등 역사를 왜곡하는 것에 대해선 처벌 공소시효와 배상 소멸시효를 폐지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29일에도 5·18 관계자들과 점심을 먹으며 진상규명과 역사왜곡 처벌을 약속했다.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광주시 광산구 송정5일시장을 찾아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광주·전남 순회 방문 중 하이라이트는 이날 오후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지역선대위 출범식이었다. 광주 지역선대위는 지난 21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 후보에게 선대위 쇄신에 관한 전권을 일임한 후 추진된 선대위 쇄신 방안 중 하나다. 지역선대위를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즉각적인 정책으로 민심을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인 2030세대 표심에 직접 구애하겠다는 전략도 담겼다. 9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은 현역인 송갑석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2030세대로 구성됐다.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광주의 당원 동지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광주의 기대, 호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사과부터 했다. 이어 "우리 내부에 남은 기득권을 전부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오늘부터 위대한 국민과 함께 위대한 선도국가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 광주 지역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29일에도 쇄신과 민생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민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20대 대통령선거를 100일 앞둔 오늘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 경제 대통령,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며 "그 어떤 것도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보다 우선할 수 없고,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안한 '50조원의 손실보상 지급 방안'을 수용한다고 깜짝 발표도 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5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미룰 필요 없다"며 "윤 후보가 말하는 50조원 지원 약속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했으나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이를 철회했다. 이번 수용은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대승적 결단도 마다하지 않는, 민생 해결사라는 상징성을 얻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광주·호남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는 영광군 영광읍 터미널시장을 찾았다. 영광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이다. 이 후보는 시장에서 즉석 연설을 하면서 "이곳은 제가 존경하는, 호남이 낳은 정치 거물 이낙연 전 대표님의 고향"이라며 "제가 이 전 대표님을 잘 모시고 더 유능한 민주당, 더 새로운 정부를 만들고 우리 국민이 희망을 갖는 더 나은 대한민국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광주·전남=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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