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통령 선거가 9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에서 선거 100일 전 판세가 지속되지 않은 사례는 단 한 번 있었다. 2002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던 선거를 제외하고 역대 5번의 대통령 선거는 100일 전 판세가 그대로 유지되었다. 2002년은 월드컵 바람을 타고 정몽준 후보가 중도층을 결집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세론이 유지되다가 같은 해 11월 24일 노무현 후보가 정 후보와 단일화로 최종 후보가 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대선이다. 두 후보 모두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데다 이 후보는 광주와 전남 경선에서 패배하고도 본선 후보가 되었고 윤 후보는 국민여론조사 두 자리 수 패배에도 최종 후보 자리에 올랐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유력 후보를 둘러싼 불확실상과 불안정성으로 비호감도가 매우 높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채널A 의뢰를 받아 지난달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8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후보에 대해 '호감이 가는지 또는 가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이재명 후보의 비호감도는 51.4%나 되고 윤석열 후보 역시 51.3%로 비호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거의 각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을 제외하고 호감 있는 후보로 평가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유례없는 프레임 전쟁으로 분석되고 있다. 각자 자기 지지층을 철두철미하게 결집시키면서 중간 유권자층을 최대한 흡수해야 승리가 가능해보인다. 확보해야 하는 유권자층이 이념과 무관한 자신들에게 최대한 혜택을 주는 후보에게 관심을 주는 이익 투표 성격이 강하다. 중간 지대 유권자층인 2030 MZ세대, 여성, 중도층의 변동성이 더 커지고 있는 이유다. 2030세대는 아직까지 특정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지 않고 있다. 여성과 중도층 역시 선거 막판까지 최종 표심을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선 후보들은 누구나 '엠 여 중(엠지세대 여성 중도층)' 마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득표에 도움이 되는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각 당의 의욕적인 인재 영입이 시도되고 있지만 효과보다는 '인재 영입 참사'가 연출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는 인재 영입 1호로 조동연 교수를 영입했지만 개인 사생활 관련 논란을 일으키며 활동조차 못하고 사퇴하고 말았다. 국민의힘 역시 의사 함익병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독재 및 여성 관련 발언 논란으로 영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이 큰 데다 MZ세대, 여성,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인재 영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뒷전이다. 선거 때만 되면 부상하는 인재 영입에 좌초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재 영입의 명분이다. 선거와 무관한 일상적인 시점에 인재 영입을 하고 육성을 한다면 그만한 설득력이 있다. 정당의 차세대 인력으로 그리고 한국 정치의 다양성을 위해 청년과 여성 인재를 발굴한다면 두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선거를 앞두고 부랴부랴 핵심 인재 또는 국가 인재라는 명분을 내세워 영입하는 과정을 보면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민주당은 조동연 교수에 대해 '우주 전문가'라고 소개했지만 선거에 왜 우주 전문가가 필요한지의 명분과 진정 우주 전문가로서의 자격과 경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인재 영입 참사의 원인은 준비성 부족이다. 아무리 청문회를 통한 인사 검증을 하지 않는 선거용 인재 영입이라고 하더라도 졸속으로 이뤄져선 곤란한 일이다. 방송인으로 맹활약하는 의사 함익병을 국민의힘이 영입하려다 차질을 빚는 과정 또한 준비성 부족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적어도 영입하려고 했다면 어떤 논란이나 의혹이 없는지 인터넷 검색만 해보아도 웬만한 내용은 1차적인 검증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 영입하기로 결정해 놓고 논란이 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영입 유보 내지 영입 철회 같은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인재 영입 참사의 가장 큰 이유는 효과성 부족이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중심이 되는 선거다.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이 크다고 하더라도 후보에 대한 관심과 검증이 핵심이다. MZ세대, 여성, 중도층 표심 사냥꾼으로 인재를 영입한다면 유권자들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선거에서 수도 없이 속아왔다. 표만 겨냥한 인재 영입이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계속되는 인재 영입이 참사가 되는 이유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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