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의 '유튜브' 사랑…극단적 편향성은 '경고'
"유튜브 극단성·편향성에 갇히면 국민여론과 멀어져"
2021-12-15 17:27:08 2021-12-15 17:29:48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유튜브 사랑'이 지극정성이다. 두 후보 모두 강성 지지층이 모여 있는 유튜브와의 소통에 집중하며 '집토끼' 관리에 애를 쓰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적정거리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극단적인 편향성 강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의 유별난 유튜브 사랑…몸싸움 송출 등 문제점도 
 
특히 이재명 후보의 유튜브 사랑은 유명하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진행된 호남행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출발하기 전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때 자신의 꿈이 유튜버임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이후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사실 등을 언급하면서 "(유튜버를 하면서)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살아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유튜브 사랑은 대선 행보 곳곳에 이어졌다. 지난달 18일 리버블릭케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와이스트릿'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시청자들은 댓글로 공매도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을 물었다. 이 후보는 "공매도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며 "공매도 정책의 방향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방식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설명을 들은 2030세대는 댓글로 "똑똑하다", "달리보게 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가 유튜브를 시청자와 직접소통 창구로 활용한 것이다.
 
문제는 이 후보와 유튜브 간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의 매타버스 일정에는 4~5명의 유튜버가 함께 타고 다니는 매따버스(매주 따라다니는 버스)도 함께 한다. 이 후보는 이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20일 저녁에는 '유튜버 번개'를 추진하기도 했다. 선대위에 따르면 황기자, 박찬호, 김문(바하달사) 등 약 19개의 유튜버들이 번개에 참석했다. 당시 이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은 일체 받지 않고 이들과만 소통해 현장에서 불만이 속출하기도 했다. 
 
유튜버로 인해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지난 13일 대구·경북행 매타버스에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한 성주 시민이 이 후보를 향해 계란을 투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소영 대변인은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강성지지 유튜버의 대응은 달랐다. 계란을 투척한 성주 시민과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며 "방법이 잘못됐다"며 소리를 지르고 욕설했다. 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당시 싸움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외부 선별진료소를 현장 방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유튜브, 대선후보 판단까지 좌우…문제는 극단적 편향성 
 
윤석열 후보도 다를 바 없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31일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서민 단국대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에 출연했다. "서 교수, 윤 후보의 몸보신을 위해 홍어와 맥주를 대접하다"라는 제목의 실시간 방송도 이어졌다. 문제는 클릭을 유도하는 썸네일 화면에 있었다. 썸네일에는 "윤석열을 위해 홍어준표 씹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홍어'는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제도권 정치에서는 물론 일반적 의사소통에서도 금기시되는 단어다.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유튜브의 자극성이 윤 후보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 
 
윤 후보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국민의힘 대선경선 토론회에서 '위장당원 근거가 있냐'는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국힘갤러리(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민주당 친여 성향의 지지자 이런 분들이 상당히 이중 가입하면서 '언제까지 하면 우리가 들어가서 찍을 수 있는가' 등을 묻는다"고 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그런 곳에 다니시면 안 된다"며 "유튜브를 보는 것은 상관없는데 정치적인 의사 판단을 그런 쪽에 의존하면 위험하다. 심취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대선주자들이 유튜브를 가까이 할 경우 편향된 사고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유튜브는 적극적인 지지층을 끌어오는 순기능을 할 수 있어 마냥 멀리할 수는 없다"면서도 "문제는 극단성"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유튜브의 경우 시청자가 선호하는 자극적인 방향으로 가기 쉽다"며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도 극적으로 만들어 방송 호응을 유도하거나, 누군가를 극단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논리가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튜브 속 여론에만 갇힐 경우 국민의 평균 시각과 괴리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다. 황 전 대표는 유튜브들도 당 출입기자와 동일하게 주요 회의나 행사에 취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심지어 의원총회에서 '유튜버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줘 출입기자와 비슷한 자격을 부여하자'는 제안까지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처럼 유튜브와 가깝게 지내던 황 전 대표는 현재 4·15 부정선거, 국민의힘 부정 경선 등을 주장하며 극우 성향의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당시 황 전 대표 측에서는 유튜브를 '언론이 편향돼 있는 상황에서 당 입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라고 항변한 바 있다. 
 
홍 소장은 "객관적으로 상황과 맥락을 보고 국민 입장에서 질문하는 언론과는 대화를 피하고, 자신에게 환호하는 유튜브만 가까이 할 경우 황 대표의 사례처럼 고립된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국총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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