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부 부서장이 동의 강요"…현대중그룹, 임금체계 개편 논란
일부 부서장, 비동의 직원에 개인면담 등 압박
전문가들 "자유로운 의사 표시 중요…근로기준법 위반 소지"
현대중그룹 "절차 미준수 동의 무효 처리" 설명
2021-12-22 15:20:08 2021-12-22 17:27:52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중공업(329180)그룹 일부 임원과 부서장이 최근 조선 계열사 사무직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직원 동의서를 강제로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직원들은 개인마다 개편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투명한 절차를 통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2일 복수의 현대중공업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측은 임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5~16일 이틀에 걸쳐 대상자들에 동의 의사를 물었다. 투표 결과 개편안은 대상자의 81% 동의로 통과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찬성 비율이 91%에 달했다. 개편 내용은 연·월차와 각종 수당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기본급을 올리는 게 골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이번 임금 체계 개편은 생산직과 차별화한 체계를 마련하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구체적으로 책임급(과장~부장) 사무직은 기존 휴가와 휴일, 연차·격려금이 줄어드는 대신 기본급이 인상된다. 월차 폐지와 약정 휴일 축소에 따라 기본급 17만원이 오르고, 격려금이 없어지는 대신 기본급 23만5000원을 더 받는다. 아울러 월 20시간 연장근로는 업무관리수당 명목으로 월급에 포함한다.
 
다만 연장근로 수당이 월급에 포함되면서 이번 개편안은 평소 잔업이 많은 직원을 중심으로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20시간을 초과하는 근무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는 수당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이번 개편안이 사실상 포괄임금제라는 지적도 있다.  
 
직원들은 개인마다 개편안에 대한 생각이 다름에도 이처럼 많은 수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일부 임원과 부서장들이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부서원들에게 찬성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한 부서장은 '튀는 행동을 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동의를 강요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임금 개편을 추진하면서 구성원들에 동의를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 내부 관계자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반대가 많은 부서는 동의서를 재작성하거나 개인 면담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대리급 이하는 노조에 가입돼 있어 노사 합의가 먼저인데, 이를 무시하고 미리 동의서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직원은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 "종이 한 장에 (직원) 리스트가 있고 서명하면 부서장이 1차 검열한다"며 "대놓고 강제하지 않았더라도 지위에 따른 위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한 직원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임금제도 개편은 직원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으므로, 어떤 회유나 강압 없이 직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손익곤 법무법인 인사이트 변호사는 "임금 개편안은 개개인에 따라 이득이 될 수도, 손해가 될 수도 있는데 사실상 공개 투표로 진행해 의견을 낼 수 없도록 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회사가 동의서를 강제했다면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취업규칙 변경 당시 회사는 적법 절차 준수를 위해 부서장에게 여러 차례 동의 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사전 교육을 했으며, 일부 부서에서 안내 절차를 미준수한 경우는 무효처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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