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반도체 특별법' 시작만 요란했다
2021-12-24 06:00:00 2021-12-24 06:00:00
시작만 요란했다.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이 본격화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하고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인들은 부랴부랴 반도체 공장을 찾아 산업 정책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13일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찾아 직접 "인력양성, 신속투자지원 확대를 위한 반도체 특별법 개정 논의도 국회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이 반도체 패권전쟁을 벌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가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밝힌 심정은 절박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산업 지원을 위해 약속했던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이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당초 정부는 기업의 요청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과 달리 업계가 요청한 사안을 받아들지도, 제정에 속도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와 주52시간 근무제 탄력 적용 등 업계의 요청을 외면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마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대폭 수정됐다. 결국 특별법이 핵심은 다 빠진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의 기대는 체념으로 바뀌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요하게 생각했던 주52시간 근무제 탄력 적용과 학과 정원 확대 조항이 특별법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며 "이제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에 만족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에 비해 반도체 기술력이 떨어짐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지원 덕"이라며 "당장은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크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이 계속된다면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성과를 내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대만 TSMC와 손잡고 자국에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에 짓는 파운드리 공장은 22~28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 공장은 내년 착공해 2024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4000억엔(4조원)을 TSMC 지원에 쓸 정도로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은 고조되는 불확실성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정책 지원과 과감한 규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최유라 산업1부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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