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낸드 공급사간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SK하이닉스(000660)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한 경쟁당국의 심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시장 2위로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공급사간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 가속화돼 '치킨게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중국 당국으로부터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에 대해 승인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 총 8개 나라에서 인수를 승인받았다. 이는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딜로,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낸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 디자이너
하지만 이번 딜로 낸드 공급사간의 경쟁이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낸드는 D램과 달리 시장 공급사가 많아 가격 및 기술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005930)가 34.5%로 1위이고 키옥시아 19.3%, SK하이닉스 13.5%, 웨스턴디지털(WDC) 13.2%, 마이크론 10.4%, 인텔 5.9%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로 점유율이 19.4%로 상승해 2위 키옥시아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게 된다. 하지만 WDC가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 중이어서 향후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이 어렵다. WDC와 키옥시아를 합하면 32.5%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서게 된다. 1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2%까지 좁혀지게 된다. 다만 관건은 WDC와 키옥시아의 합병에 대한 중국의 승인 여부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은 M&A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D램과 같이 3개사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진/뉴시스
낸드 시장은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낸드는 저장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높이 쌓아 올릴수록 저장 공간이 커지기 때문에 낸드 제품의 단수 경쟁이 기술력의 척도로 꼽힌다.
마이크론은 올 초 삼성전자를 제치고 가장 먼저 178단 낸드 양산에 성공하며 국내 반도체 업계에 충격을 주기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96단 4D 낸드를 개발했고 2019년 128단 4D를 거쳐 내년부터는 176단 낸드를 본격 양산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낸드 공급사간의 M&A가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그간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이 10% 안팎의 점유율을 놓고 경쟁했는데, 경쟁사가 M&A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면 다른 업체들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낸드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치킨게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부문은 지난 2018년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다가 3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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