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 해발 3500m 이상의 안데스 고산지에서 감자를 생산하며 생활하고 있는 에콰도르 소농인 갈로 유그시 씨는 종자 수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던 중 유그시 씨는 한국형 수경재배기술 기반의 무병씨감자 생산·보급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농 대상 병해충 방제, 친환경 재배·수확 후 관리기술도 보급받았다. 이 후 유그시 씨의 감자 생산량은 40%, 농가소득은 20% 증가했다. 유그시 씨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 캄보디아에서 옥수수를 생산하는 리렌 씨는 비싼 수입산 종자를 구입하기 어려워 재래종 종자로 재배했다가 생산 차질을 봤다. 망연자실하던 렌씨는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통해 최초 옥수수 종자 'CHM01(Cambodia Hybrid Maize 01호)'을 접했다. 기존 품종에 비해 수확량이 많고 노균병에 강한 특성인 종자로 수확량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종자 가격도 주요 수입산인 미국, 태국에 비해 30% 가량 저렴한 것도 생산농가의 소득향상에 영향을 줬다. 렌씨는 "농진청이 개발한 신품종 옥수수를 재배하고 나서 소득이 증가했다"며 K-농업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지난 60년간 축적한 한국형 농업기술과 노하우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 식량 자립에 ‘희망 씨앗’이 되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농진청은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22개국에 설치하고 아시아 13개국, 중남미 12개국, 아프리카 23개국이 참여하는 대륙별 농식품기술협의체(3FACIs)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면서 ‘원조를 받던 나라’가 ‘세계 동반성장에 기여하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2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진청은 K-농업기술을 통해 52개국의 개발협력파트너국과 함께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에콰도르 감자 파종 모습. 사진/농총진흥청
현재 농진청은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Rice), 세계은행(WB) 등과 KOPIA, 대륙별협의체 공동으로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성과로는 KOPIA 캄보디아센터의 최초 옥수수 종자 CHM01이 대표적이다. 또 에콰도르 한국형 농업 기술인 한국형 수경재배 기술을 기반한 무병씨감자도 성과로 꼽힌다.
특히 농진청은 아프리카벼연구소와 함께 아프리카 19개 국가에 다수성 벼 품종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품종 육종기간을 줄이는 기술을 전수하고 유전자원 교환과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아울러 세네갈, 말리, 말라위에서는 5개 신품종을 보급품종으로 등록하는 성과도 냈다. 우간다, 케냐, 가나 등지에서는 6품종을 품종 등록 중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대응면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농진청은 FAO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토양유기탄소지도를 공동 제작했다.
2019년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14개 아시아 회원국 50여명의 토양전문가가 참여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토양 내 탄소량을 정량, 관련 정보를 디지털화했다. 정보는 국가별 온라인으로 손쉽게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등 토양에 적합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농진청 측은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나타난 성과를 개발도상국 정부, KOICA 등 민관 협력사업과 연계해 집중 추진할 예정"이라며 "농업 생산성 향상과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해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륙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사업으로 권역별 이동성 병해충, 기후변화 대응 신 품종개발 등 농업 관련 공동 현안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R&D) 사업과 기술개발 역량 제고를 위한 사업에도 주력한다.
또 내년에는 농진청 개청 '60주년'을 맞아 제4차 중남미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총회, 제6차 아시아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 총회를 전주에서 개최한다. 이를 기회로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을 위한 공동 노력 등 대륙별 협의체 사업 성장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FAO,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디지털 농업, 식용 곤충 활용 등 지구촌 공동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관계를 강화한다.
박병홍 농진청장은 "농촌진흥청은 개청 이후 지난 60여년 동안 축적한 농업기술과 경험을 토대로 인류의 보편적 공공 가치인 '기아 해결'과 '식량안보'를 달성하고자 우리의 농업기술 발전 경험을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의 개도국들과 공유하고 있다"며 "K-농업기술 전수와 함께 미래 기술혁신을 주도할 글로벌 R&D 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고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9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진청은 K-농업기술을 통해 52개국의 개발협력파트너국과 함께 해외농업기술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도미니카 벼생산성 사업 현장 평가회 모습. 사진/농촌진흥청
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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