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세종문화회관 지하에서 운영되던 상업시설 ‘광화문아띠’가 계약이 만료된 상태로 1년 넘게 영업을 계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불법점유 중인 데다가 밀린 대부료(임대료) 상당의 손해가 계속 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2년간 지속 돼 온 상황 등을 고려하던 세종문화회관이 결국 뒤늦게 명도소송에 나섰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은 2015년 12월 지하 1층 상업공간 '광화문아띠' 3397.46㎡에 대해 A업체와 5년간의 대부계약(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은 미술관도 '광화문아띠'와 함께 위치한데다가 유명 중식·한식·커피전문점 등이 자리해 인근 유동인구나 공연을 보러 온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장소다.
계약기간은 2020년 12월19일자로 종료됐다. 그러나 A업체는 계약 갱신 없이 시설물을 원상복구하지도 세종문화회관에 되돌려 주지도 않고 있다. 현재 광화문아띠에는 5개의 점포 중에 2개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로 3개 점포는 영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코로나19가 발생·장기화 하면서, '광화문아띠' 내 상점들의 영업난이 가중되자 계약기간 중 미납한 임대료 총 25억1912만원 가운데 11억3175만원을 감경·감면해줬지만, A업체는 여전히 15억7088만원의 임대료를 체납한 상태다. 여기에 계약이 이미 종료된 이후 세종문화회관이 새 임차인을 맞아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상당 이익까지 얻지 못하게 되면서 연간 20억원이 넘는 임대수익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감사에 착수한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에게 대부계약 종료에 따른 명도집행 절차를 진행하라고 시정 조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업시설이 들어와서 수익을 내야하는 공간에 명도절차를 안하면서 임대료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장기간 무단점유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간을 새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체납료 징수와 코로나19에 따른 휴업 등을 이유로 명도 절차를 미루다 작년 9월에서야 명도집행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명도집행 소송이 늦은 이유에 대해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2년간 지속되면서 '광화문아띠'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이 제대로 영업을 못하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광화문아띠'의 임대료 납부내역을 보면, 임대료 체납은 이미 코로나19 발생 2년 전인 2018년 12월부터 시작됐다. 당시부터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까지 체납한 임대료가 총 22억여원으로, '광화문아띠' 임대사업의 책임을 코로나19 사태로만 돌리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토마토>는 '광화문아띠'의 임차인 자격인 A업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10일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광화문아띠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