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주말 강원도를 누비며 균형발전과 경제성장 이슈를 적극 부각했다. 이 후보는 강원도 발전 전략에 대해 "평화특별자치도로 삼고, 평화경제특별구역을 만들겠다"며 "남북 교류협력에 중점을 둔 공동번영을 추구, 사실상 통일과 다름없는 상태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16일 삼척시 증산동에서 노인행복일자리사업 참여자들과 만나 취약계층 고용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1박2일 동안 진행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시즌2 강원 민생 탐방을 마무리했다. 이 후보가 강원도를 찾은 건 지난달 17일 원주시 소재 서울F&B 원주공장을 방문한 이후 한 달 만이다.
이 후보는 15일엔 바이오산업 전략(홍천군)을 논의하고 18개 시·군 번영회장들을 만나 지역 현안을 청취하는 한편 명동길에서 시민들과 만났다. 이튿날에는 금강산 일대가 조망되는 통일전망대에 올라 강원공약을 발표하는 등 경제 이슈로 낙후된 지역 민심을 파고들었다. 접경지역인 강원도가 군사·환경 규제를 받고 있고, 산간·폐광 이미지가 굳어진 데 따른 보상 차원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생명건강과학관을 방문해 바이오산업 육성 간담회를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이 후보가 만난 18개 시·군 번영회장들은 지난달 11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강원도를 찾아 지역현안을 논의한다고 불러 모은 뒤 사진만 찍고 가버려서 '패싱 논란'을 일으킨 단체여서 주목을 끌었다. 이 후보는 번영회장들과 만나 1시간 넘게 현안을 논의, 윤 후보의 실점을 파고들며 정책과 소통에서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실제 이 후보는 참석자들로부터 "이재명은 역시 다르다"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이 후보는 통일전망대에선 평화특별자치도 지정과 평화특구 조성 등 7가지 발전전략을 담은 강원공약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평화특별자치도 지정을 비롯해 △동해와 비무장지대(DMZ) 국제관광 공동특구 조성 △바이오·헬스 융복합 벨트 조성 △수소·풍력·바이오 등 인프라 확대 △해양·산악·내륙 관광 육성 △한반도 평화경제를 위한 교통망 확충 △폐광과 접경지역에 대한 경제자립 기반 마련 등이다. 이 후보는 "평화시대 선도와 디지털·그린 뉴딜, 평화관광의 메카 강원도의 발전과 도약을 이재명이 제대로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강원도 춘천시 명동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고 즉석연설을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후보는 이날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도 구체적으로 내놨다. 이 후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안정을 위해선 헌법에 나온 대로 통일을 지향하는 게 맞지만 현재 상태에서 단기적 과제로서의 통일은 가능성이 낮다"며 "남북 교류협력에 중점을 둔 공동번영을 추구, 사실상 통일과 다름없는 상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적 통일만 강조하기보다 평화를 대원칙으로 삼아 단기 과제부터 차근차근 밟아가겠다는, 지극히 현실주의적이며 실용적 접근이다. 이 후보는 최근 여타 공약들에서도 이념과 진영논리에 좌우되지 않는 실용적 관점을 내걸고 있다. 선명성만 강조하던 과거와 가장 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 후보는 강릉시 중앙시장에서 가진 즉석연설에서도 "강원도에선 평화를 만드는 게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강원도가 무능한 인재가 아닌 유능한 인재를 선택할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믿고, 대한민국의 새 길을 열고 균형발전을 앞당길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 '윤석열은 무능, 이재명은 유능'의 프레임을 가동시켰다.
16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강원도 민생탐방 이틀째에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방문해 강원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원래 개별관광은 대북 제재와는 관련이 없고, 남북 간에도 금강산관광에 재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정부가)결단하기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결국 제재 문제가 아닌 남북 간 신뢰와 실천, 의지에 관한 문제"라고 말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계획된 일정대로 강원도를 순회하던 이 후보는 이틀째에 일정을 급히 변경, 양양군 낙산사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의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것에 불교계가 강하게 항의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곳에 봉안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위패에도 참배하면서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 창출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16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강원도 민생탐방 이틀째에 속초시 조양감리교회를 방문해 시민, 지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강원=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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