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벤츠 '허위광고' 제재…"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차량 배출가스 저감성능 거짓 광고
시정명령·과징금 202억원 부과
2022-02-06 12:00:00 2022-02-06 12: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메르세데스 벤츠가 국내에서 판매한 경유(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거짓으로 광고한 사실이 적발돼 공정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가 현행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총 202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메르세데스벤츠 잡지를 비롯해 카탈로그, 브로슈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경유승용차가 질소산화물을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광고했다.
 
또 2012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의 기간에는 자사 경유승용차 내부에 부착한 배출가스표지판에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되었습니다'라고 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츠가 현행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총 202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벤츠의 배출가스 저감성능 광고.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해당 차량들은 일반적인 주행 조건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인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나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의 성능을 낮추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엔진시동 후 약 20~30분이 경과한 일상적 주행환경에서는 SCR의 요소수 분사량이 크게 감소해 질소산화물이 배출허용기준의 5.8~14배까지 과다 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벤츠 측은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주행 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므로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30분 이상 주행이 하루 평균 400만건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예외적인 주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SCR은 자동차 배출가스에 요소수(NH3)를 분사해 유해물질인 NOx(질소산화물)를 선택적으로 환원해 질소(N2)와 물(H2O)로 변환시키는 후처리장치로 주로 유로6 차량에 EGR과 함께 설치된다.
 
하지만 벤츠는 엔진에서 배출되는 누적 NOx 배출량이 미리 설정해 놓은 특정 값에 도달하는 시점에 요소수의 분사량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SCR 기능을 저하시켰다.
 
또 배기가스의 온도가 낮아 SCR이 작동하지 않는 주행환경에서는 NOx 저감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배기가스 온도가 375℃ 이하일 경우 EGR의 가동률을 높이는 제어로직이 적용돼 있었지만 주행시작 후 1200초 내지 2000초가 경과하면 이와 같은 제어로직이 중단돼 EGR의 가동률이 저하되고 NOx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GR의 작동률을 높이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줄어들지만, 연비 및 출력은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배출가스 인증시험을 받을 때만 EGR을 정상 작동시키고 실제 주행 때는 연비 향상 등을 위해 EGR 기능을 중단하거나 낮추는 방식으로 조작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임의설정은 불법 프로그램 설치를 강하게 금지하고 있는 대기환경보전법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벤츠의 표시·광고를 접한 일반 소비자들은 벤츠의 차량이 뛰어난 배출가스 저감성능으로 유로6 기준을 충족하고 관련법에도 적합한 것으로 오인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다고도 봤다. 소비자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직접 측정·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배출가스 저감성능에 대한 사업자의 표시·광고 내용을 그대로 신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공정위는 벤츠의 이같은 행위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도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벤츠코리아와 독일본사에 행위금지명령 및 공표명령 등 시정명령을 내리고 벤츠코리아에 과징금 202억4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문종숙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과장은 "이번 조치는 지난 2015년 이른바 아우디·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사건(디젤게이트) 이후 발생한 5개 수입차 회사들의 배출가스 조작행위에 대한 표시광고법상 제재를 마무리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상품선택의 중요한 기준인 성능이나 효능에 대한 잘못된 정보제공으로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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