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혜성처럼 등장했다. 등장과 함께 차기 서울시장 지지도 1위에 오르는 등 정치권에 광풍을 몰고 왔다. 광풍만큼이나 조건 없는 후보 양보는 충격을 안겼다. 일찍이 한국정치에서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18대 대선에 나섰지만 석연치 않은 단일화로 '철수' 이미지를 주기 시작했다. 그가 내걸었던 '새정치'는 단어만큼이나 모호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또한 기존 정치권 인물로 비화됐다. 민주당과 함께 했지만 이후에는 국민의힘과 합당 직전까지 갈 만큼 정체성도 분명치 않았고, 호남을 기반으로 3지대 형성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호남 기반이 사라졌다. 당은 3석의 초라한 군소정당으로 전락했고, 합당과 분당 그리고 창당을 반복한 끝에 정치권에서의 신뢰 역시 협소해졌다. 끝난 것 같았던 그가 양강 후보의 비호감을 비집고 파고들며 또 다시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강점(Strength) 역대급 비호감 대선 속 돋보이는 도덕성
정치 입문 후 추문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검증된 도덕성은 각종 의혹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강점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비롯해 형수 욕설, 부인 김혜경씨 갑질, 아들의 불법도박 논란 등에 휘청거렸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또한 고발사주 의혹을 비롯해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최은순씨의 각종 비리 의혹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양당 후보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무결점' 가족을 보유한 것도 그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의사로서 안 후보와 의료 봉사를 함께 하는 등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고,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박사과정 졸업 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딸 설희씨도 소속 연구팀 논문이 뉴욕타임스에 게재되는 등 과학자로 주목을 끌었다.
약점(Weakness) '철수 정치' 이미지·제3지대 한계
약점은 그간 여러 선거 과정에서 보였던 후보 사퇴와 단일화, 창당·합당·분당 등으로 얻은 '철수 정치' 이미지다. 11년 전 첫 등장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아름다운 양보로 극찬을 받았지만, 이후 오락가락 행보로 그의 진정성(완주)에 의문을 제기하는 눈초리가 여전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의지가 여전하느냐의 문제는 대표적인 약점"이라고 분석했다. 3지대로서의 한계도 취약점이다.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는 후보를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줄 조직이 중요한데 현재 국민의당 의석은 불과 3석으로 민주당(169석), 국민의힘(106석)과 비교가 되질 않는다. 특히 진영 대결로 치러지는 대선에서 안 후보의 설 자리는 지극히 협소하다. 강한 전문성에도 국정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소로 꼽힌다.
기회(Opportunity) 중도층·2030의 대안
대선 당락을 좌우할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안 후보의 배경은 앞으로 기회가 될 수 있다. 안 후보 스스로도 자신의 지역적 기반은 따로 없으며 2030세대, 중도층, 무당층이 자신의 지지 기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상철 교수는 "그간 중도층을 대변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좌우에 지나치게 치우치지도 않았다"며 "꼭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무너지면 대안세력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유권자들의 양강 후보를 향한 강한 비호감 심리도 안 후보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안 후보 상승세의 배경에는 당 내분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윤석열 후보에게 실망한 2030세대와 중도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박상병 교수는 "지난번 국민의힘 내홍 때 윤석열 후보에 실망한 사람들, 특히 20대들이 대거 안 후보를 지지했다"며 "결국 윤 후보가 표심을 잃을 때가 안 후보에게 기회"라고 설명했다.
위협(Threat) 양자대결 구도·단일화의 덫
역대 어느 대선보다 진영 대결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선은 안 후보에게 위협 요소로 분류된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를 보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하락하고 양당 체제가 굳건해지는 모습이다. 정권심판과 정권재창출이 맞붙는 구도가 계속된다면 제3의 대안으로 대선에서 승리를 노리는 안 후보의 바람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양당 정치 강화 현상은 사표 방지 심리와도 연결된다. 이는 안 후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박상병 교수는 "지금은 안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유권자 입장에서 선거일에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될 것 같은데 정권교체는 해야겠다고 판단하면 그를 안 찍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으나, 양당 모두 이어지고 있는 단일화 러브콜도 대선후보 등록 마감일인 14일까지 안 후보를 흔들 수 있는 요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주최 '선택 2022! 대선 후보 농정 비전 발표회'에서 농정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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