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취약 공공정비 잇따라…쪽방촌 등 취약계층 목소리 창구는 부재
서울·대전 등 쪽방촌 정비사업 추진
"취약계층 삶의 질 향상에 초점 둬야"
2022-02-07 17:24:28 2022-02-07 17:24:28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 주도의 공공 정비사업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쪽방촌 등 도시취약계층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이 7일 발표한 '도시취약지역 공공주도 정비와 갈등양상별 공공성 확보 방향'에 따르면 주요 도심 지역 내 쪽방촌 공공주도 정비사업에서 기존 거주민들의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정부는 쪽방촌 등 도시취약지역을 공공주도 정비사업 대상지역으로 포함시키면서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을 선회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영등포 쪽방촌을 시작으로 대전역 쪽방촌, 부산역 쪽방촌, 서울역 쪽방촌 등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취약지역을 대상으로 한 정비방안을 연이어 발표한 바 있다.
 
국토연은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갈등양상이 다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간 민간 주도 재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도시취약지역은 취약계층 삶의 터전임에도 불구하고 투기성 수요 유입으로 인한 개발가능지로만 인식됐다. 때문에 세입자 보상과 이주대책을 놓고 토지 등 소유자와 세입자 간 갈등이 심화됐다.
 
반면 새롭게 제안된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 방식은 주민동의율을 낮추거나 공공의 직접시행 및 수용 방식을 강조했다.
 
김수진 부연구위원은 "민간 주도 재개발 시절 가옥주와 세입자 간 갈등이 소유자와 공공 간 갈등으로 전환되는 듯하다"면서 "토지 등 소유자와 공공 간 갈등 이면에는 소유자 간 갈등, 세입자와 공공 간 소통, 주민조직과 지원조직 간 입장 차이 등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다변화하고 있는 갈등 양상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또 다른 사회비용이 발생한다"며 "공동체 특성, 사업 특성, 지역 특성을 기준으로 갈등 양상을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공공성을 정의하고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요 대상지역별로 보면 서울역 쪽방촌의 경우 지구 지정 이전 단계에서 소유자 반발이 주로 보도되고 있으나 쪽방촌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주민조직의 역할은 크게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또 대전역 쪽방촌 사례는 지구 지정 이후 단계에서도 여전히 비상대책위원회가 난립하고 세입자 중심의 주민조직이 없어 세입자는 강요된 침묵을 요구받고 있는 상태다. 
 
부산역 쪽방촌은 소유자와 공공이 원만한 협력관계를 통해 사업 추진을 함께 견인하는 입장인 동시에 소유자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대표성을 가진 세입자 중심의 주민조직이 없을 경우 소유자 이외 주체는 사업 추진과정에 실질적인 참여도 어려운 현실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각 지역사례를 통해 도시취약지역 공공주도 정비사업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정책의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정비사업의 필요성에 있어서는 도시정비 및 주택공급의 양적 확대보다는 재정착 과정을 통한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취약계층 삶의 질 향상에 주안점을 둬 공익적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취약계층 실태조사에 기초한 데이터 구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효율적 갈등관리를 위해서는 공동체 특성과 지역 특성을 기준으로 취약지역 거주민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에 기초해 사업을 보완함으로써 내용적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대표성 있는 주민조직 구축 지원 및 참여 보장과 지원조직 역할에 대한 고민, 공공과의 소통창구 마련 등을 통해 절차적 공공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국토연구원은 7일 발표한 '도시취약지역 공공주도 정비와 갈등양상별 공공성 확보 방향'을 통해 도시취약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등 공공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쪽방촌 정비방안 계획 예정지.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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