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도 사측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이 16일 임금 체계 개선과 휴식권 보장 등을 내용으로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화를 요청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회의를 통해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노조 간의 대화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동교섭단은 "그동안 삼성전자 사측 교섭위원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교섭 자체를 할 수 있는 권한도 정보도 없다고 노조에 밝혀 왔다"며 "그동안 교섭장에 나온 사측 교섭위원들이 노조와의 교섭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했거나, 아니면 정말 권한이 없었다면 이제는 최고경영진이 책임지고 직접 노조와 공개 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순히 수천만원의 연봉을 인상하라고 주장하지 않았고, 그보다 임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급하라고 요구했다"며 "삼성전자는 12만 임직원의 임금 격차가 크므로 심각한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계약 연봉을 정률(%)로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액(원) 인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장시간 노동과 무급노동을 강요하는 포괄임금제와 고령자고용법 위반인 임금피크제도 폐지해야 한다"며 "성과급도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성과급은 직원들에게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반으로 지급하는 불투명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 내내 삼성전자는 밤낮없이 돌아가면서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다"면서 "공동교섭단이 요구하는 것은 삼성전자 직원들이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며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노위 조정위원회는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이 신청한 노동쟁의 사건에 대해 지난 14일 진행된 2차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를 결정했다.
공동교섭단은 중노위 조정중지 결정으로 확보한 쟁의권을 신중하게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면서도 경영진이 대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업은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고,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다"며 "머지않은 시일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삼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자체가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단순히 삼성전자에서 파업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결국은 모든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연대해서 총투쟁을 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경영진이 대화를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는 "전국에 있는 모든 삼성그룹 노조가 총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투쟁하겠다"며 "삼성 계열사로 부족하다면 삼성 외에 더 많은 노조가 연대해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교섭단은 창사 이래 최초로 지난해 8월 사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등 삼성전자에 설립된 4개 노조로 구성된다.
이후 그해 10월부터 5개월간 총 15회에 걸쳐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공동교섭단은 지난 4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중노위 조정회의에서 공동교섭단은 계약 연봉 정액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을 전제로 한 인상 수준 조정안, 포괄임금제·임금피크제 폐지 요구안, 육아휴직·유급휴일 추가 요구안 등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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